대형로펌에 맞서…해고무효소송서 이긴 변호사
국내 대형로펌 중 하나인 태평양에서 해고된 변호사가 사측을 상대로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했다. 변호사가 소속 법무법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어서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48부(부장판사 김범준)는 지난해 6월 태평양으로부터 해고 통지를 받고 퇴직한 A 변호사가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최근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사측이 취업규칙을 무시한 데다 징계 등을 넘어 해고를 결정한 것은 가혹하다고 판단했다. A씨는 10년차 이하 주니어 변호사 중 국내 기업공개(IPO) 자문 분야에서 최상위권에 선정되기도 했다.

2011년부터 이 법인에서 소속 변호사인 일명 ‘어쏘’로 근무해온 A씨는 2015년부터 동료 변호사와 메신저로 선·후배, 동료 및 담당비서 등을 험담했다. 이 사실은 메신저로 대화를 주고받았던 동료 변호사의 비서가 PC에 저장돼 있던 대화 내용을 우연히 발견해 상급자에게 보고하면서 사내에 알려졌다. 태평양은 A씨가 품위를 훼손하고 복무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징계위원회를 구성해 지난해 6월 A씨를 해고했다.

이에 A씨는 “사적인 메신저 내용을 불법으로 취득해 해고의 주된 사유로 삼았고 징계혐의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았으므로 절차적, 실체적으로 위법한 해고여서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14개월치 미지급 임금도 청구했다.

재판부는 “비서가 PC에 자동 저장된 메신저 대화 내용을 우연히 발견한 것이기 때문에 불법적인 방법으로 취득했다고 보기 어렵고 A씨의 행위는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면서도 “다만 해고는 사회통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처분”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징계처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A씨의 상사가 징계위원으로 참여한 것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미지급 임금과 지연손해금도 법인이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태평양은 1심 판결에 불복, 항소해 A씨는 아직 회사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