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이후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다. 호가가 1000만원 안팎 떨어지는 단지도 나오고 있다. 거래량 역시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다. 강여정 한국감정원 주택통계부장은 “가계부채종합대책 등이 예고돼 추석 이후부터 관망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며 “다만 거주 선호도가 높은 지역은 막바지 가을 이사철 수요가 유입돼 국지적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가격 안정 속 거래량 줄어

19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번주(지난 10~16일)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0.07%)이 지난주(0.08%)보다 둔화됐다. 강남구는 지난주(0.12%)의 절반인 0.06% 상승에 그쳤다. 강동구 상승률(0.12%)도 전주(0.14%)에 비해 하락했다. 지난주 0.25% 오른 송파구도 이번주 0.19% 상승에 그쳤다.

강북권 일부 지역은 이사철 막바지 영향으로 소폭 상승했다. 동서울터미널 현대화 사업 등 개발 호재가 있는 광진구는 전주(0.11%)보다 오른 0.15%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마포구(0.10%) 용산구(0.07%) 등도 상승세를 유지했다. 김연화 기업은행 WM사업부 부동산팀장은 “잠잠한 분위기 속에서 한두 건 정도의 거래가 호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며 “주택 가격 상승 동력과 기대가 없어 시장 참여자 대부분이 지켜보자는 추이”라고 분석했다.

주택 거래량도 줄어드는 추세다. 이날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들어 18일까지 아파트 거래량은 1591건(하루평균 88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1만2878건·하루평균 415건)에 비해 크게 줄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 거래량은 1만5572건으로 8월보다 35.8% 감소했다. 특히 강남 4구의 거래량은 3033건으로 전달 대비 44.7% 급감했다.
강남권 일부 단지 호가 하락

잠실 반포 대치 등 서울 강남권의 일부 재건축단지 호가는 떨어지기 시작했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76㎡는 지난달 초고층 재건축 허가를 받은 뒤 16억원에 여러 채 거래됐다. 지난달 셋째주 매물 호가가 16억5000만~16억7000만원까지 뛰었다. 그러나 추격 매수가 붙지 않으면서 이달 호가는 16억원 초반으로 떨어졌다. 잠실동 ‘리센츠’ 전용 84㎡도 지난달 말보다 호가가 1500만원가량 하락했다.

은마 등 대치동 일대 주요 아파트의 매수 문의도 잦아들고 있다. 대치동 A공인 관계자는 “호가가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추격 매수가 없어 거래가 잘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남뉴타운 등 서울 강북 일부 재개발 구역의 다세대·단독주택은 ‘8·2 부동산 대책’ 이전 시세를 회복했으나 거래는 활발하지 않다. 보광동 M공인 관계자는 “대책 발표 이전처럼 공격적으로 거래하는 분위기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정부가 8·2 대책에서 도입한 규제들이 하나씩 시행되고, 가계부채종합대책 발표가 24일로 다가온 점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일선 중개업소들은 분석했다. 지난달 26일부터 주택거래신고제가 시행되면서 투기과열지구에서 집을 사는 이들은 반드시 자금 조달 계획과 입주 계획을 신고해야 한다.

잠실동 A공인 관계자는 “새 제도 시행 전에 계약을 서두른 이가 많아 매수 수요가 상당 부분 해결됐다”며 “강남 주요 지역에서 부동산 거래를 한 이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세무조사가 벌어지고 있는 점도 매수 심리를 위축시켰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당분간 숨고르기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서울 중심으로 상승이 소폭 이어지나 거래가 크게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며 “가계부채종합대책 발표 등을 앞두고 있어 당분간 거래 위축 속에 눈치보기 장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김형규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