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반포센트럴자이 모델하우스 앞에 방문객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모습. 이곳엔 개장 이후 사흘 동안 2만5000여 명이 다녀갔다.  GS건설 제공
신반포센트럴자이 모델하우스 앞에 방문객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모습. 이곳엔 개장 이후 사흘 동안 2만5000여 명이 다녀갔다. GS건설 제공
서울 강남 새 아파트들의 분양가가 줄줄이 조정받자 수요자들이 ‘로또 잡기’에 나서고 있다. 당첨만 되면 입주 시점에 수억원의 웃돈을 손에 쥘 수 있다는 기대감이 번지면서 분양 시장 온도는 규제 전보다 오히려 뜨거워지는 모양새다. 하지만 투기성으로 접근한다면 정부의 ‘규제 드라이브’에 막혀 예상보다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 ‘로또 논란’ 낳은 규제의 역설

삼성물산이 지난주 문을 연 ‘래미안강남포레스트’ 모델하우스엔 1만5000여 명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서울 개포동에 들어서는 이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4160만원으로 당초 시장 예상가보다 400만~500만원 낮게 책정됐다. 일대 아파트 평균 시세와 비교하면 3.3㎡당 500만원가량 차이가 난다.

예비 청약자들은 정부의 분양가 하방 압력이 뜻하지 않은 대박의 기회를 열어줬다는 반응이다. 입주 시점 시세가 주변 단지에 수렴한다면 2억~3억원대 웃돈을 받고 팔 수 있어서다. 이들에게 이 아파트는 ‘개포 로또’로 불린다.

한 주 전엔 ‘반포 로또’가 있었다. GS건설이 선보인 ‘신반포센트럴자이’다. 이 단지 역시 시세보다 3.3㎡당 1000만원가량 낮은 분양가로 화제를 모았다. 청약자들 사이에선 “당첨되면 돈을 사방에서 끌어와서라도 무조건 분양받아야 하는 복권”이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1순위 청약에서 평균 168 대 1의 경쟁률로 마감되며 올해 서울 최고 기록을 쓴 배경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분양가 덕분이라는 평가다.

분양가를 억누르는 정책이 ‘그들만의 리그’를 심화시키고 역설적으로 투기를 조장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출을 조인 마당에 가격을 조정해 봤자 자산가들에게만 반가운 일이라는 것이다. 신반포센트럴자이 전용면적 84㎡의 분양가는 15억원대다. 낮아졌다고 해도 여전히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당첨자는 중도금대출을 제외한 자기 자본이 9억원가량 있어야 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강남은 분양가가 낮아져도 서민이 진입하긴 힘든 시장인데 이를 제한하는 바람에 오히려 부자들만의 투기판이 될 우려가 커졌다”며 “높은 가격에 나와도 살 사람들에게 차익까지 얹어주는 꼴”이라고 말했다.

◆ “투기로 접근하면 위험”

로또라는 비유는 시세 상승이 전제된 표현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잇따른 규제에도 집값은 우상향했던 ‘불패’의 기억이 시장에 깔려 있는 셈이다. 하지만 ‘8·2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서울 아파트값은 상승동력을 꾸준히 잃어가는 모습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8월 마지막주 아파트값 상승률은 0.02%로 5주째 상승폭이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입주 시점에 시세가 오른다 하더라도 1주택자는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이 까다로워지고 다주택자는 장기보유특별공제 배제와 중과세의 걸림돌이 있다”며 “매도자가 손에 쥘 수 있는 차익이 생각보다 많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로또라는 표현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2019년부터 강남 일대 입주 물량이 증가해 단기 시세 차익만을 고려한다면 리스크가 있다”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당분간 로또 분양 양상이 이어질 것이란 게 분양업계의 관측이다. 강남3구에서 연내 분양 예정인 단지들은 일반분양 물량이 희소해 청약 과열 우려가 크다. 연말까지 5700여 가구가 공급되지만 일반분양은 절반 수준인 2700여 가구다. 이마저도 분양 일정이 불확실한 개포주공8단지를 제외하면 930여 가구로 줄어든다.

어떤 식으로든 시장이 과열 징후를 보이면 정부가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높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더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주머니 속에 많이 넣어두고 있다”고 언급한 데 이어 국회에선 부동산 보유세 인상이 거론되고 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정부가 지속적으로 후속 조치에 나설 예정이어서 시장이 불확실하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실수요가 아닌 투기성 접근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