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만기 출소에 맞춰 판결을 부정하는 발언을 쏟아내자 법조계가 시끌시끌하다. 정치권이 과도한 사법권 침해이자, 문재인 정부가 앞세운 사법개혁의 정당성을 흔드는 행위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김현 대한변협 회장은 24일 “1심과 2심, 대법원 전원합의체까지 거친 정당한 판결을 문제 삼으면서 개별 사건에 트집을 잡는 것은 여론 재판이자 ‘사법의 정치화’”라며 “사법권 독립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지난 23일 공식 논평에서 한 전 총리 사법 처리에 대해 “이명박 정권 아래 정치 보복으로 시작된 수사였고 재판도 잘못됐다는 점을 만천하에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판사 출신인 추미애 민주당 대표도 “기소도 잘못됐고 재판도 잘못됐다”며 “사법부마저 정권에 순응해왔다”고 말했다.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죄로 복역한 한 전 총리의 만기 출소를 계기로 여당이 재판부 판결을 부정하는 발언을 쏟아낸 것이다. 이 같은 ‘억울한 옥살이’ 주장에 대해 한 부장판사는 “재판 결과에 대해 정치권에서 논평할 수는 있지만 적정 수준을 넘겼다”며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과까지 무시하는 것은 삼권분립 정신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도 “한 전 총리의 동생이 건설업자로부터 받은 불법자금 1억원을 전세자금으로 쓴 것은 명확한 사실인데 어떻게 무죄가 나올 수 있냐”며 “새로운 증거가 있다면 재심 신청을 하면 되지만 한 전 총리 측은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5년 한 전 총리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확정 판결 당시 대법관으로서 전원합의체 판결에 참여한 김소영 법원행정처장도 지난 23일 국회에 출석해 “여러 가지 비판이 가능하겠지만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논의해 줬으면 좋겠다”며 “사법부 신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사법체계를 무시하는 듯한 여당 태도가 사법개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정치권이 한 전 총리 건을 사례로 사법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개혁의 순수성이 훼손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