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약칭 노사정위) 위원장에 문성현 전 민주노동당 대표를 위촉한 데 대해 우려와 기대가 교차한다. 문 위원장은 민주노총 금속산업연맹 위원장을 지냈고 단병호 전 민노당 의원,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와 함께 ‘문·단·심’으로 불린 노동운동 1세대다. 한국노총 출신 고용노동부 장관과 더불어 노동정책을 이끄는 쌍두마차가 양대 노총에서 나온 모양새다. 경제계가 ‘기울어진 운동장’, ‘노사노(勞使勞)위원회’를 걱정하는 배경이다.

하지만 노동계 속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문 위원장이 오히려 꼬일 대로 꼬인 노동문제의 실마리를 풀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더 이상 노·사·정 대화를 거부할 명분을 찾기 어렵게 됐다. 양대 노총이 노동계 출신 위원장 위촉에도 반응이 떨떠름한 이유다. 노동시장의 상위 10%인 양대 노총은 ‘재앙적 수준’이라는 청년실업에 분명히 책임이 있다.

그런 점에서 문 위원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양보’ 대신 노·사·정 각자의 ‘역할’을 강조한 점이 주목된다. 그는 “공동의 문제 해결엔 기업이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도 “노동자 간 격차 해소엔 노동계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했다. 왜 일자리가 꽉 막혔고, 임금 격차는 왜 점점 벌어지는지를 진지하게 성찰하고 책임의식을 가지라는 주문으로 들린다.

정부의 친(親)노동 정책이 강화될수록 고용유연화 등 노동시장 개혁도 필수다. 노동계 출신 노사정위원장이 이를 주도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미래를 위해 조직·진영논리를 뛰어넘어야만 비로소 사회적 합의가 가능하다. ‘네덜란드병(病)’으로 불린 고임금·고물가의 악순환을 극복한 1982년 바세나르 협약은 네덜란드 노동계가 주도했다. 노사 갈등은 세계적이면서 ‘사회적 합의’ 전통은 찾아볼 수 없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문 위원장의 ‘균형 있는 역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