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부동산 대책’의 핵심 내용인 서울·과천·세종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심의한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에서 최근 5년간 한 번도 안건이 부결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지정된 투기과열지구는 대면 회의 없이 서면 심의만 이뤄져 졸속 대책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4일 국토교통부가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5년간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시행 내역’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이후 최근 대책까지 주정심이 총 23차례 열렸고 모든 회의에서 안건이 가결됐다.

위원장인 국토교통부 장관을 포함해 24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주정심은 투기과열지구 지정뿐 아니라 주택종합계획안, 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 해제안 등 주요 안건을 심의하는 기구다. 투기과열지구는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되고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가 40%로 낮아지는 등 19개 규제가 한꺼번에 적용된다.

하지만 8·2 대책 마련 때 위원들이 대면 심의 없이 서면으로만 검토한 것으로 파악됐다. 주정심 심의는 재적 위원 과반수(13명 이상) 찬성으로 의결되며 당시 찬성표는 16표밖에 되지 않았다. 주택법령에서 긴급한 사유로 위원이 출석하는 회의를 개최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경우 서면 심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연직 의원 중에는 교육부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환경부, 고용노동부 등 부동산 문제와 크게 관련이 없는 부처 차관이 대거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주정심이 국토부 등이 안을 짜오면 순순히 통과시켜주는 거수기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의원은 “주정심은 정부 관계자인 당연직 13명이 모두 찬성하면 위촉직 전문가 전원이 반대해도 가결되는 구조”라며 “최근 5년간 심의 결과 부결이 한 건도 없다는 점에서 주정심이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문기 국토부 주택국장은 “휴가철에 대책을 마련하다 보니 위원들이 모여 회의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서면 심의는 대면 심의(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보다 엄격하게 운용된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