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이 국내 생명보험사 가운데 처음으로 글로벌 영구채(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성공했다.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이 30년 만기 영구채 5억달러(약 5600억원)어치 발행을 위해 전날 벌인 수요예측에 글로벌 기관투자가 270곳이 약 55억달러의 매수주문을 냈다. 올해 한국 기업이 발행하는 해외 채권 중 가장 많은 투자 수요가 몰렸다. 지역별 투자자 비중은 아시아 61%, 미국 23%, 유럽 16%였다. JP모간,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UBS증권, 노무라증권이 발행 주관을 맡았다.

영구채는 만기가 정해져 있지만 발행하는 회사의 결정에 따라 연장할 수 있어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채권이다. 대신 회사가 금융당국으로부터 부실금융회사로 지정되면 채권 이자 지급을 중단할 수 있고 청산 때 원리금 상환순위도 후순위여서 금리가 높은 편이다.

발행금리는 연 3.95%로 5년 만기 미국 국채보다 2.09%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지금까지 아시아 보험사들이 발행한 영구채 중에는 가장 낮다. 교보생명이 당초 희망했던 수준(연 4.5%)보다도 0.55%포인트 떨어졌다. 해당 채권에 붙는 글로벌 신용등급은 ‘A3(무디스 기준)’로, 이 회사 신용등급(A1)보다 두 단계 낮다.

교보생명은 이번 영구채 발행으로 자본 확충에 성공, 자본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올 1분기 기준 235%인 RBC비율이 약 250%로 높아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2021년 보험 부채를 원가가 아니라 시가로 평가해야 하는 새 보험업 회계처리 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국내 보험사에 RBC비율을 150% 이상으로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