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산업이 속초 영랑호변에 건설 중인 ‘e편한세상 영랑호’(왼쪽). 단지 뒤로 설악산 대청봉이 보인다. 전형진  기자
대림산업이 속초 영랑호변에 건설 중인 ‘e편한세상 영랑호’(왼쪽). 단지 뒤로 설악산 대청봉이 보인다. 전형진 기자
“파는 사람은 없고 살 사람만 줄을 섰다네요.”

지난 14일 강원 속초시에서 휴가 중이던 김원명 씨(53·가명) 부부의 말이다. 이들의 마지막 일정은 속초해수욕장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방문이었다. 아파트 분양권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하지만 들르는 곳마다 매물이 없다는 답을 듣고 서울로 발길을 돌렸다.

동해안 대표적 휴양도시인 속초에서는 신축 중인 아파트가 투자 유망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씨 부부처럼 귀촌을 염두에 두거나 세컨드하우스를 찾는 수요 때문이다. 입주가 다가오면서 전망 좋은 단지를 중심으로 분양권은 귀한 몸이 됐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면 이 같은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는 게 이곳 부동산업계의 전망이다.

거래량 줄고 억대 웃돈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아파트로는 ‘속초아이파크’가 꼽힌다. 속초해수욕장 옆 경사지에 들어서 일부 동은 저층부에서도 바다 조망이 가능하다. 2015년 10월 이후 하루 한 건꼴인 604건이 거래됐다. 손바뀜이 총 가구수(687가구)와 맞먹는다.

내년 1월 입주를 앞두고 최근엔 매물이 급감하는 추세다. 이달 거래량은 3건에 불과하다. 품귀 현상에 웃돈은 커졌다. 지난주 전용면적 105㎡는 분양가보다 1억원가량 오른 4억7300만원에 팔렸다.

속초아이파크 인근에서 지난 3월 분양한 ‘속초스타서희힐스 더베이’는 평균 경쟁률 28.84 대 1로 인기리에 청약을 마감했다. 분양권 웃돈은 전용 84㎡ 기준 1500만~2000만원 붙은 상태다.

조양동 A공인 관계자는 “서울과 수도권 등 외지인의 문의가 많은 편”이라며 “은퇴 이후 귀촌하는 베이비부머들이 관리가 부담스러운 전원주택 대신 새 아파트를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B공인 관계자는 “투자 수요까지 겹쳐 시장 분위기가 들뜨고 있다”며 “부동산 과열 얘기가 연일 뉴스에 나오면서 자칫 속초까지 불똥이라도 튈까 봐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수도권 수요↑…‘조망 최우선’

속초에서 아파트 분양권이 활발하게 거래되기 시작한 것은 2년 전 ‘e편한세상 영랑호’가 분양하면서부터다. 이 단지는 10년 만에 공급된 대형 건설사 아파트다. 영랑호와 설악산 조망이 강점이란 평가를 받으며 외지인의 관심을 끌었다. 이들의 적극적인 매수세에 지역민들이 전매차익의 매력에 눈을 뜨게 됐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 설명이다.

건설업계는 속초 분양시장 수요자의 30%가 서울 등 수도권 거주자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전세를 포함할 경우 많게는 60%까지 보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의 인구이동 현황에 따르면 2015년 속초 전입인구 가운데 서울 및 수도권은 23.9%를 차지한다. 속초지역 안에서 이동한 인구를 제외하면 가장 많다.

서울·수도권 거주자들은 브랜드·신축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두드러지고 바다 조망권을 구매의 최우선 요소로 삼고 있다. e편한세상 영랑호 이후 분양한 단지들은 세컨드하우스 마케팅을 펼치며 해변으로 몰려 기존 도심 아파트와 달리 미분양 사태를 겪지 않았다.

광역교통망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2009년 개통된 서울~춘천 고속도로는 서울에서의 접근성을 높여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관광객이 해마다 증가해 지난해 역대 최고인 14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달에는 평창동계올림픽을 대비한 서울~양양 고속도로가 개통된다. 춘천과 속초를 잇는 동서고속철도 역시 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다.

속초 시내에 있는 신성공인 관계자는 “서울과 1시간대 이동권에 들면서 춘천, 원주 등 강원도 내 다른 도시에 비해 저평가된 속초 부동산 시장의 가치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