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의 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알바) 중인 대학생 A씨는 요즘 스마트폰을 끼고 산다.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 새로 시작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마케팅이 효과를 보자 카페 사장이 “손님 댓글에 곧바로 답글을 달아라” “최소 하루에 한 번은 사진을 올려라”며 가욋일을 시키고 있어서다. 가게 일을 마치고 퇴근한 뒤에도 계정 관리는 고스란히 A씨의 일이 됐다.

A씨는 “수시로 SNS를 들여다봐야 하는데 초과 근무가 아니냐고 했더니 달랑 유료 메신저 이모티콘 하나 보내주더라”며 “겨우 최저임금만 받고 일하고 있는데 ‘SNS 야근’까지 시키니 너무하다”고 하소연했다.

◆“소셜 마케팅이 대세”…알바생에 떠넘겨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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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식당 등 자영업자들의 SNS 마케팅이 보편화되면서 알바생들의 SNS 관리 스트레스가 늘고 있다. 대행업체에 관리 용역을 맡기는 대형 프랜차이즈와 달리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대부분 SNS를 직접 운영한다. 문제는 서빙 주문 등 매장 관리뿐만 아니라 SNS 홍보 업무까지 알바생 일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근무시간이 끝난 뒤에도 계정 관리를 시키는 경우가 많다. 알바생들의 SNS 야근이 일상화되고 있는 것이다.

SNS에 익숙하지 않은 50~60대 업주들이 알바생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점이 SNS 야근을 확산시키는 요인이다. 세대별 애용 SNS가 다른 것도 SNS 야근이 빈번해지는 한 이유로 꼽힌다. 시장조사회사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10~20대 초반 안드로이드 사용자는 페이스북을 가장 선호하는 반면 40~50대는 그룹형 커뮤니티 서비스인 밴드나 카카오스토리 활용 빈도가 높다.

서울 신촌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일주 씨는 “인스타그램이 인기라고 해 직접 해보려고 했지만 사진 구도나 필터 사용법 등 배워야 할 게 많아 알바생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손님은 대부분 20대인데 ‘아재’들 커뮤니티에 홍보해봐야 별 소용이 없다”는 설명이다.
무보수로 'SNS 야근'…울고싶은 알바들
◆‘열정페이’에 SNS 야근으로 이중고

SNS 야근을 가욋일로 하고서 야단만 맞는 사례도 많다. 가게 사장과 알바생 간 SNS에 대한 시각이 달라서다. 알바생 B씨는 “친구들과 SNS에서 장난하듯이 손님 댓글에 가볍게 답글을 달았다가 사장으로부터 ‘왜 손님을 불쾌하게 하느냐’며 호통을 맞았다”고 했다.

부당한 대우가 많지만 알바 구직이 쉽지 않은 만큼 SNS 야근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게 알바생들의 하소연이다. 며칠 전 편의점 알바 면접을 본 대학생 C씨는 “한 명 뽑는데 지원자가 열 명이 넘었다”며 “점장이 ‘바쁠 땐 퇴근이 늦을 수 있는 거 알죠?’라고 묻는데 ‘상관없다’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며 씁쓸해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SNS 야근도 엄연한 초과 근로로 볼 수 있다”며 “노동법이 새로운 사회적 현상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만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