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펀드 수익률은 삼성전자를 얼마나 많이 담았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남들이 모르는 종목을 어렵게 발굴해 펀드에 담으면 뭐합니까. 삼성전자를 사놓고 기다리는 것만 못한데….”

수천억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는 한 펀드매니저는 요즘 삼성전자를 추격 매수할지, 말지를 놓고 고민이 많다고 했다. 최근 들어 주가가 급등한 삼성전자를 얼마나 편입했느냐에 따라 펀드 수익률 격차가 커지고 있어서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총의 25%에 달한다.

◆삼성전자 편입 비중이 수익률 좌우

삼성전자는 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만4000원(0.63%) 오른 224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삼성전자 주가는 올초(180만5000원)보다 24.58% 급등해 코스피지수 상승률(9.53%)을 두 배 이상 앞섰다.

펀드매니저들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펀드 내 삼성전자 보유 비중을 지난해(2월 기준) 7.65%에서 올해는 13.98%까지 끌어올렸지만 역부족이다. 수익률은 여전히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올 들어 국내 주식형펀드 수익률은 6.79%에 그쳤다. 그나마 액티브펀드 수익률은 5.59%에 그쳤다. 이로 인해 코스피200 등 주가지수에 포함된 종목을 골고루 사들이는 인덱스펀드 수익률이 펀드매니저가 종목을 선별해 담는 액티브펀드를 압도하고 있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지금이라도 다른 보유 주식을 팔고 삼성전자를 매입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다른 보유 종목들도 삼성전자가 지수를 선도한 뒤 ‘키 맞추기’ 차원에서 상승할 것으로 예상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반면 외국인은 주저없이 삼성전자를 매입하고 있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국내 투자자들은 ‘삼성전자가 너무 가파르게 오른 것 아니냐’며 걱정하지만 외국인들은 ‘삼성전자는 아직도 충분히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 민감주는 “올해도 좋다”

요즘 가장 속이 타는 펀드매니저는 최근 가파르게 상승한 정보기술(IT) 종목 비중 자체가 낮거나 철강 화학 등 경기 민감주조차 많이 담지 않은 펀드를 운용하는 사람들이다. 또 다른 대형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는 “삼성전자가 조만간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매수 타이밍을 잡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고 말했다.

펀드매니저들은 삼성전자와는 별개로 ‘수출주 강세, 내수주 약세’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달 국내 기업 수출액(510억달러)이 역대 2위에 오를 정도로 수출 경기가 호조를 보이고 있어서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도 그동안 주춤했던 포스코(2.80%), 롯데케미칼(4.53%), 대림산업(1.99%) 등 경기 민감주가 일제히 올랐다.

신진호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에쿼티 담당 대표는 “경기 민감주의 상승 여력을 감안할 때 매도 시점은 아니다”며 “특히 조선업종은 수주와 업황이 좋아지는 국면으로 들어선 만큼 매수를 고려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IT업종 강세도 한동안 지속될 것이란 의견이 많다. 4차 산업혁명으로 반도체 수요가 꾸준한데다 관련 설비투자로 IT 장비주 상승세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영기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삼성전자가 설비투자를 늘리면서 IT 장비주가 다시 힘을 받는 등 투자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서/김우섭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