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 법인세 대폭 인하에 자본유출 우려 제기

미국 정부가 연방 법인세율을 35% 이상에서 15% 수준으로 크게 낮추기로 하면서 법인세 관련 대선 공약을 놓고 공방이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은 법인세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 재계에서는 '글로벌 흐름에 역행하는 공약'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법인세 실효세율 인상, 과표 500억원 이상 대기업에 대한 명목세 법인세 인상 등 증세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대체로 법인세 인상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홍준표 후보는 "기업 투자를 끌어내야 일자리도 많이 생기고 기업이 활성화돼야 한다"며 법인세 인상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2%로 공제 후 과세기준 과표 200억원 초과기업이 적용대상이다.

프랑스(33%), 일본·독일(30%)의 법인세는 우리나라보다 높고 영국(20%), 아일랜드(12.5%), 불가리아(10.0%) 등은 비교적 낮은 편이다.

주요 경제단체는 대체로 대선 주자의 법인세 인상 공약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세계적으로 세 부담을 낮추는 분위기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반대로 법인세를 인상하려는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27일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2000년 평균 32.5%였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법인세율은 2008년 25.8%로 낮아졌고 2015년에는 24.9%까지 내려갔다.

특히 영국은 2008년 28%에 달하던 법인세를 2015년 20%로 낮췄다.

2008년 이후 2015년까지 34개 회원국 가운데 19개국이 법인세 인하 대열에 동참했다.

경총은 최근 발표한 '신(新)정부에 바란다, 경영계 정책건의서'에서 "법인세율 인상은 소비자가격 인상, 임금상승 억제, 배당 축소 등의 부작용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해외직접투자 유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총은 "'법인세인하→성장잠재력 제고→일자리·투자확대→세입기반 확대→세수증가'라는 법인세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재 진행 중인 법인세 인상 논의는 자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법인세를 3%포인트 인상하면 순자본유출 규모가 3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경연은 최근 연구 보고서에서 "법인세가 3%포인트 인상되면 한국 다국적 기업이 해외 소재 자회사로 이전하는 소득은 약 21조3천억원 증가하고, 외국 다국적 기업이 한국 자회사로 이전하는 소득은 8조원 감소할 것"이라며 "외국인직접투자 순유출액은 29조3천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연장선에서 한국무역협회는 미국 법인세율 대폭 인하로 한국에서 미국으로 자본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한국무역협회는 27일 논평에서 "미국 법인세가 인하되면 미국으로의 자본 쏠림현상이 발생하면서 각국의 법인세 인하 경쟁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경우 자본유출 및 국내 투자 감소가 우려된다"며 "차기 정부에서는 대외적 여건을 고려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과 우리 기업의 경쟁력 제고 방안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