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수사방해 '시도', 수사팀이 의지 관철해 방해 '불발'
정부 인사 개입·최순실 비호…특검 구속영장보다 2개 추가

검찰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세월호 수사를 사실상 방해하려고 시도한 것으로 파악했다.

다만, 우 전 수석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당시 수사팀이 해양경찰을 압수수색하고 관련자를 당초 의도대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기는 등 원칙을 지켜 방해 시도가 불발에 그친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이하 특수본)는 우 전 수석에 대해 크게 8가지 혐의로 9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앞서 박영수 특검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던 8가지 항목 가운데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의 진상을 은폐하는 등 직무를 유기한 혐의 등은 그대로 반영됐고 특수본이 새로 파악한 혐의 2가지가 추가됐다.

특수본이 구속영장에 새로 반영한 대표적인 사안은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검찰이 수사에 나섰을 때 우 전 수석이 수사팀에 압력을 가했음에도 청문회에서 이를 부인한 혐의(①)다.

우 전 수석은 세월호 참사일 청와대와 해경의 교신기록이 담긴 서버를 확보하기 위해 2014년 6월 5일 검찰 수사팀이 해경 압수수색을 시도하던 날 당시 수사 전담팀장인 윤대진 광주지검 형사2부장(현 부산지검 2차장)과 통화하는 등 수사팀과 접촉했다.

그는 작년 12월 22일 열린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해경 쪽에서 문제를 제기하니 상황만 파악해봤고 압수수색을 하지 않도록 지시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청문회에서 복수의 국회의원은 우 전 수석이 "상황실 서버에는 청와대와 해경 사이의 통화내역 등 민감한 부분이 보관돼 있는데 꼭 거기를 압수수색하려는 이유가 뭐냐"는 발언을 했다는 증언이 확보됐다며 위증 의혹을 제기했다.

특수본은 우 전 수석이 압수수색을 사실상 방해하려고 시도했음에도 그런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에 해당한다고 봤다.

다만 검찰이 같은 날 영장을 새로 발부받아 압수수색에 성공했고 직권남용의 경우 미수범 처벌 규정이 없는 점을 고려해 혐의사실에 넣지는 않았다.

당시 승객 구조에 실패한 김경일 전 해경 123정장에게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하는 것을 막으려고 했다는 의혹도 있으나 그가 결국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됐기 때문에 특수본은 이 부분도 마찬가지 판단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본은 우 전 수석이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이권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 대한체육회를 감찰하려고 한 정황을 확보하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②)도 구속영장에 기재했다.

우 전 수석은 당시 최 씨에게 도움이 되도록 'K스포츠클럽' 사업과 관련한 감찰 성격의 확인 점검 계획을 세웠으나 실행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6가지 혐의는 특검 수사 결과와 큰 틀에서 비슷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본은 미르와 K스포츠를 위한 강제 모금이 진행 중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후 청와대에서 열린 각종 대책회의를 주도해 최순실 게이트 진상을 감추려 한 혐의(직무유기, ③),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미르와 K스포츠 의혹이나 우 전 수석의 개인 비리를 내사하려 하는 등의 직무수행을 방해한 혐의(특별감찰관법 위반, ④)도 포함했다.

또 우 전 수석이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급 공무원 6명이 좌천되도록 인사에 개입(⑤)하고, CJ E&M을 '표적조사'하라는 지시에 미온적으로 대응한 공정거래위원회 국장급 간부에 대한 고발을 강요(⑥)한 혐의는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밖에 문체부 감사담당관에 대한 인사 조처를 요구한 혐의(⑦)도 직권남용으로 보고 영장에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국회 운영회에 증인으로 채택됐음에도 출석하지 않아 고발된 부분과 관련해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불출석) 혐의(⑧)도 있다.

특수본은 앞서 특검이 구속영장 청구서에 기재한 혐의 가운데 민정수석실이 민영화된 KT&G 사장 후보에 관한 세평을 수집하는 등 민간인을 사찰한 의혹은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제외했다.

우 전 수석은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구속 여부와 상관없이 기소된 후 법정에서 유무죄를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