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미국 출국…"국민분열에 걱정많아…네거티브 공격 말아야"
"저도 네거티브 공격의 피해자…정책 갖고 국민 심판 받아야"
"지도자를 잘 뽑는 게 중요…국민 불안, 분열상 보여주지 말아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8일 "대선 기간 중 국민이 많이 분열된 상황을 보이는 데 대해서 사실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미국으로 출국하기 직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선이 한창 진행 중이고 국민들이 우리나라의 안보에 대해서 많이들 걱정하는 것으로 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반 전 총장은 "대선에 나간 후보자와 각 정당의 대표들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어느 분이든지 대통령이 되면 정당의 대통령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기 때문에 앞으로 선거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국가 장래, 밝은 미래에 대한 제시 등 정책을 갖고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게 낫겠다는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더이상 국민이 불안해하거나 분열되는 상을 보여주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제가 거듭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등 사이에서 '네거티브'성 검증공방이 격화하는 데 대해선 "저도 그런 네거티브 공격의 피해자 중 하나"라면서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어떤 능력과 식견, 비전을 갖고 있느냐에 국민이 신경 써서 지도자를 잘 뽑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네거티브 공격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가짜뉴스는 여러사람에게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국민 스스로 서로의 마음을 병들게 하는 현상이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반 전 총장은 지난 2월1일 불출마 회견에서 '가짜뉴스'를 그 이유 중 하나로 꼽은 바 있다.

안 후보의 '외교특사' 제의와 관련, 반 전 총장은 "보도를 통해 그 내용을 봤고 사전에 어떤 협의는 없다"면서도 "제 기본 방침은 어떤 분이 대통령이 되든 저는 국민으로서 해야 할 마땅한 롤(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그런 면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제 경험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응하는 것이 국민의 기본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차기 대통령의 가장 시급한 과제가 무엇이냐는 물음에는 "한반도 주변의 상황이 상당히 어렵다"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미국의 시리아 폭격을 언급하고 "모든 국제정세들이 항상 가변적인데 우리나라는 지금 지도자가 거의 공백인 상태에 있기 때문에 상당히 걱정스럽다"고 염려했다.

앞으로 3개월 간 미국 하버드대에서 전직 국가원수급을 대상으로 한 초빙교수로 활동하는 반 전 총장은 "학계 인사들뿐만 아니라 각계 인사들과 두루두루 만나서 한반도 정세나 국제 정세에 대해 많은 의견을 교환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모든 게 참으로 어려운 시기인데 잠시나마 떠나게 돼서 마음이 참 무겁고 착잡하다"면서 "여러분들이 많이 성원해주신 것에 대해 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가게 돼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영종도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