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여행 인기 뚝…동남아·일본·유럽 여행 예약은 급증

유통팀 = 1일(근로자의 날), 3일(석가탄신일), 5일(어린이날)로 이어지는 5월 초 황금연휴를 이용해 많은 사람이 국내외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연휴 해외여행 시장의 특징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의 영향으로 중국행이 급감한 대신, 그 반사이익으로 일본과 동남아지역으로 향하는 발길이 늘었다는 점이다.

특히 이틀 정도 휴가를 낼 경우 1주일이 넘는 장기 연휴가 가능한 만큼, 유럽 등 장거리 여행지도 인기를 끌고 있다.

2일 여행사 하나투어에 따르면 '황금연휴' 기간(4월 29일~5월 7일) 출발하는 여행상품 예약 수(명)를 분석한 결과, 동남아시아 지역 여행 비중이 42.3%로 가장 컸다.

반면 지난해 5월 연휴(5월 5~8일) 당시 1위(33.6%)였던 중국행 비중은 16.5%로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일본(비중 16.2%→21.6%)과 유럽(8.2%→10.3%) 등의 인기도 커졌다.

작년과 비교한 증가율에서도 동남아(223%), 일본(242%)과 장거리 여행지 유럽(224%), 남태평양(162%) 등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휴가와 더해 최장 9일 휴식의 '기회'를 살린 장거리 여행 선호 현상은 온라인쇼핑 여행상품 예약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11번가에서는 황금연휴(4월 29~5월 7일) 사이 떠나는 해외여행 상품 예약 건수를 기준으로 1위 여행지(3월 말 현재)는 '서유럽(영국·프랑스·스위스·이탈리아)'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시기 가까운 일본 도쿄 예약이 가장 많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어 괌·방콕·사이판·후쿠오카가 2~5위를 차지했고, 이례적으로 동유럽(체코·헝가리·오스트리아)도 8위에 올랐다.

현대홈쇼핑에서도 지난달 12일 판매된 동유럽 발칸반도 패키지 여행 4월말~5월초 출발 일정 상품이 방송 시작 30분 만에 조기 매진됐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4월 29일부터 시작되는 황금연휴에 출발하는 여행상품의 경우 사실상 '품귀' 상태"라며 "평소 최저가 79만 원대인 동남아(세부) 여행상품의 4월 말(29·30일) 출발 일정 가격이 130만~170만 원대까지 뛰었지만 모두 마감될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공연업계에 종사하는 직장인 윤 모씨(29)의 경우 5월 연휴에 재즈 공연을 위해 큰 마음 먹고 4월 27일 출발해 5월 5일 돌아오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여행을 계획했다.

윤 씨는 "지난 1월 말 서둘러 약 150만 원대에 왕복 항공권(직항)을 예약했다"며 "3월말 지금 같은 항공사, 같은 일정으로 검색하면 항공권 가격이 210만 원이 넘는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제약회사에서 일하는 미혼 김효규(36) 씨도 친구들과 일본 여행을 떠나는데, 항공권값은 비수기보다 비쌌지만, 숙소를 저렴한 비즈니스호텔로 잡아 비용을 줄였다.

4박 5일 여행비로 약 100만 원으로 잡은 그는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풀려고 휴가를 계획했다"며 "평소 고생한 나를 위한 것으로 생각하면 돈이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 여행지 중에서는 단연 제주도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

온라인쇼핑사이트 티몬에서 오는 5월 3~7일 출발 일정 국내외 여행상품을 통틀어 판매 건수 1위 행선지는 제주도였다.

11번가에서도 제주도는 패키지 등 여행상품이 아닌 항공권 판매 기준으로 5월 황금연휴 예약 건수가 가장 많은 여행지였다.

업계 관계자는 "징검다리 연휴 사이 휴가를 내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2~3일 일정으로 제주도를 선택하는 것 같다"며 "최근 중국인 여행객들이 줄어 한적하다는 소문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아이 셋을 키우는 회사원 김재현씨(46세)도 제주도를 선택했다.

그는 "해외여행을 가고 싶지만 5명 가족이 움직이면 비용 부담이 너무 커서 100만원대 비용으로 여행 기분을 제주도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