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중순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복합소재전시회에서 이탈리아업체 HP콤포지트는 탄소섬유로 만든 스포츠카를 선보였다. 파리=김낙훈  기자
지난 3월 중순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복합소재전시회에서 이탈리아업체 HP콤포지트는 탄소섬유로 만든 스포츠카를 선보였다. 파리=김낙훈 기자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을 비롯한 복합소재는 가볍고 강하다는 장점을 지녀 사용 범위가 우주선부품, 항공기부품, 스포츠카, 풍력발전기부품 등으로 급속도로 넓어지고 있다. 연간 시장 규모도 매년 5%씩 커져 2021년에는 1030억달러(JEC 자료)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프랑스 파리 노르빌팽트전시장에서 열린 ‘국제복합소재전시회’는 100여개국 1300여개 기업이 첨단기술을 알린 경연장이었다. 한국에서도 처음으로 국제복합소재전시회가 열린다. 오는 11월1일부터 3일까지 코엑스에서 개최되는 이 전시회(JEC ASIA)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제 규모의 복합소재 전시회다. 이와 관련, 주최사인 JEC의 프레더릭 뮈텔 사장과 한국 유치의 주역인 서울시, 한양대, 한국탄소융합기술원 관계자들을 만나봤다.

■프레더릭 뮈텔 JEC사장

[BIZ Success Story] "11월 첫 국제복합소재전 개최… 한국, 미래소재 중심국가로 우뚝 설 것"
“이번 전시회(JEC WORLD)에서는 로봇 3차원(3D)프린터 및 자동화설비 등을 통해 복합소재가 더욱 빠르고, 값싸고, 좋은 품질로 제작될 수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이달 중순 파리에서 만난 JEC의 프레더릭 뮈텔 사장(사진)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본격 개발된 복합소재는 지난 70여년 동안 소량의 틈새시장에서 역할을 해왔지만 이제는 달라졌다”고 말했다. 자동화와 로봇화를 통해 대량생산할 수 있게 됐고 그 결과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뮈텔 사장은 “자동차의 경우 공해방지와 에너지 절감을 위해 차체 중량을 200㎏ 이상 줄여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왔는데 복합소재를 통해 이 문제를 풀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섀시 프레임 인테리어 등에서 급속도로 복합소재가 사용되고 있다. 그는 “항공기의 경우 분야에 따라 50% 이상을 복합소재로 만들고 있고 선박에서도 복합소재 사용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잠재력이 큰 분야로 건설과 에너지분야를 꼽았다. 에너지의 경우 태양광 발전소재와 풍력발전용 블레이드 등이 복합소재로 대체될 것으로 내다봤다.

오는 11월 코엑스에서 열리는 국제복합소재전시회(JEC ASIA)와 관련해 “한국이 복합소재 분야의 중심 국가로 우뚝 설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시회에는 각국의 대표적인 복합소재 관련 제품 생산업체들이 출품할 뿐 아니라 글로벌 바이어도 많이 방문하기 때문에 한국의 복합소재산업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과 일본 중국 대만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을 아우르는 아시아복합소재 플랫폼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JEC아시아 행사 성공개최 적극 협력"

안준호 서울시 관광체육국장


[BIZ Success Story] "11월 첫 국제복합소재전 개최… 한국, 미래소재 중심국가로 우뚝 설 것"
“서울에서 국제복합소재전시회가 열리는 것은 국내 복합소재 산업 발전의 큰 자양분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안준호 서울시 관광체육국장(사진)은 “세계 최대 복합소재 국제전시회 및 회의인 ‘JEC WORLD’의 아시아 버전 행사 개최지가 싱가포르에서 서울로 바뀐 것은 서울이 국제전시회를 개최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음을 다시 한번 인정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는 지난 2월7일 ‘JEC ASIA’ 주최기관인 JEC그룹과 양해각서를 맺고 이 행사가 서울에서 보다 국제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협력하기로 했다”며 “서울시는 해외바이어 유치 지원을 비롯해 해외에서 서울로 온 참가자들을 위한 환대서비스, 특화관광 프로그램, 국내외 홍보 등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안 국장은 “서울시는 세계 3위의 국제회의 도시이자 2015년 비즈니스관광 분야 최고 권위 매체인 ‘비즈니스 트래블러 US’와 ‘글로벌 트래블러’에서 각각 ‘2015년 세계 최고의 전시·컨벤션(MICE) 도시’로 뽑힌 바 있을 정도로 국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MICE 도시”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마이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잠실 복합교류단지에 10만㎡ 이상의 관련 인프라를 건립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JEC아시아 개최를 교두보로 삼아 앞으로 국제전시회를 유치할 수 있도록 국내외 기관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해외전시회 지원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안 국장은 “서울시는 작년 4월 잠실 종합운동장 일대 41만 4205㎡ 규모의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며 “이는 민자유치를 통해 국제업무, 마이스, 스포츠, 문화엔터테인먼트 등 네 가지 핵심 기능으로 조성하는 사업인데 앞으로 연중 국제행사가 열리는 세계적인 마이스 메카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亞 6개국 복합소재 연합군 만들 것"

하성규 한양대 교수


[BIZ Success Story] "11월 첫 국제복합소재전 개최… 한국, 미래소재 중심국가로 우뚝 설 것"
“아시아는 복합소재 시장의 성장잠재력이 매우 큰 지역입니다. 중국 일본 인도 대만 태국 한국을 아우르는 기업 학자 연구원 등이 참여하는 ‘아시아 6개국 복합소재연합체’를 만들 생각입니다. 이들과 정보교류 공동연구 등을 통해 복합소재산업의 발전 방안을 찾고 시장의 파이를 키울 생각입니다.”

하성규 한양대 복합재료연구센터장(기계공학과 교수·사진)의 설명이다. 그가 아시아 6개국 네트워크 구축에 나서는 것은 복합소재의 국가간협력을 확대하고, 기술 개발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EU 공동체 간 산·학·연 협력모델을 아시아에도 도입하자는 것이다. 그는 “아시아의 복합재료산업은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어 기술협력과 산업체의 관심을 유도하면 더 큰 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복합소재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선 재료- 설계-제조로 이어지는 산업의 가치사슬 간 협력이 필요하고, 지역 간 국가 간 협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느 한 나라만 겨냥해서는 미래형 산업인 복합소재 산업이 클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 교수는 “연내에 어느 정도 연합체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 교수는 이 분야에서 인정받는 학자다. 그는 프랑스 아케마, 독일 바스프 등 글로벌 기업과도 산학협력을 통한 연구를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JEC로부터 평생연구업적을 인정받아 전 세계 대학교수 중 두 번째로 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이달 중순 파리에서 열린 복합소재전시회에서 열경화성·열가소성 복합재료 부품 개발 시 가장 어려운 설계 기술인 ‘피로수명예측기술’을 소개하기도 했다.

하 교수는 “복합재료의 수명예측방법을 고안했는데 브라질 항공사 유럽의 오일 가스 분야 회사 등이 큰 관심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복합재료 분야 사용이 크게 늘 것으로 보는 분야로 자동차 비행기 선박 철도 등 수송기기와 풍력발전, 전기·전자, 3D프린터 등을 꼽았다.

"철기시대 이후엔 탄소시대가 온다"

정동철 한국탄소융합기술원장


[BIZ Success Story] "11월 첫 국제복합소재전 개최… 한국, 미래소재 중심국가로 우뚝 설 것"
“인류는 석기시대, 청동기시대를 거쳐 철기(금속)시대에 살고 있지만 그 다음 시대는 탄소시대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미래 먹거리인 탄소관련 기술 개발과 제품화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정동철 한국탄소융합기술원장(사진)의 주장이다. 그는 “각국의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자동차업체들은 연비 개선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탄소복합재는 경량화를 통한 연비절감에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정 원장은 “국내 완성차 업체는 탄소섬유 복합재 적용에 아직 보수적이지만 유럽 및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이를 자동차 부품에 적용하고 있고 항공기 구조물에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탄소복합재 시장 전망은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한국탄소융합기술원은 2003년 출범한 전주기계산업리서치센터를 모체로 한 국내 유일의 탄소전문연구기관이다.

그동안 탄소밸리구축사업을 통해 섬유 복합재 성형 및 가공에 필요한 장비를 구축했고 지난해엔 탄소복합재 성형화기술센터 신축을 통해 관련 장비들을 집적화해 탄소섬유 복합재 성형 및 가공 기술들을 이끌고 있다. 이차전지, 인조흑연 및 활성탄 등 기능성 탄소 소재에 대한 연구개발도 하고 있다.

정 원장은 “탄소섬유 복합소재 산업에서 한국의 장점은 잠재 시장인 자동차 IT 등 전방산업이 풍부하다는 것”이라며 “한국에서 열리는 전시회가 국내 수요기업에 자극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탄소복합재 개발 초기에는 사람의 인력이 투입돼 제품을 생산하는 노동집약형 산업이었다면, 지금은 자동화를 통한 상용화가 중요한 열쇠”라며 “우리 기술원은 탄소섬유 관련 기술개발은 물론 기업 지원과 인력양성에도 적극 나서 산업 저변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