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채취량 줄여 가격 상승 불가피…전년도 수준으로 늘려야

남해 배타적 경제수역(EEZ) 모래 채취를 놓고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해양수산부가 내년부터 EEZ 바닷모래 사용을 국책용으로 한정하겠다고 밝히면서 건설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올해 정부가 남해 EEZ 모래 추가 채취 물량을 축소하면서 가뜩이나 물량 부족 사태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민간 사업에 남해 모래를 사용하지 못하게 될 경우 공사 중단 사태가 불가피하다고 우려한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20일 "올해 우여곡절끝에 추가 채취가 허가된 모래 물량이 650만㎥로 지난해 채취량(1천167만㎥)의 55% 수준에 불과하다"며 "최근 동남권에서 늘어난 건설물량을 감안할 때 이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협회는 "이런 상황에서 내년부터 남해 모래를 국책사업에만 쓰겠다면 민간건설에 필요한 모래는 서해 등 다른지역에서 조달하거나 산림골재를 써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이고 또다른 환경훼손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며 "골재난이 심각해지면서 동남권 지역 건설공사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건설·골재업계는 바닷모래 채취가 산란장을 훼손하고 어장을 파괴한다며 모래 채취 중단을 요구하는 어민들의 주장은 명확한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반박하고 있다.

오히려 최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가 발표한 2016년 연근해어업 생산량 동향 보고서에서는 수산자원 감소의 원인을 어린 물고기 남획, 폐어구, 중국어선 불법조업, 기후변화를 들고 있으며 모래 채취가 수산자원 감소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객관적 자료가 없다고 주장했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동남권의 최근 2년간 주택인허가 실적을 보면 2014년도에 7만9천가구에 불과했으나 2015년에는 9만1천가구, 2016년은 11만4천가구로 급증한 상황"이라며 "늘어난 공사물량으로 모래수요가 증가하고 있는데 모래 채취를 줄이고, 내년부터는 사용조차 못하게 한다면 골재 가격 폭등과 분양가 상승 등의 부작용이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16일부터 남해 EEZ에서 모래채취가 중단되면서 동남권의 모래 가격은 ㎥등 1만3천∼1만8천원에서 최근 2만5천∼3만2천원으로 2배 가까이 폭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동남권 민간 공사의 공사비도 1천900억원 이상 증가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협회 관계자는 "남해 모래채취를 전년도 수준으로 허가해 모래 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며 "이러한 갈등이 반복되지 않도록 추후 모래 채취가 수산자원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조사해 중장기적인 대체 골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교통부도 갑작스러운 해수부의 발표에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국토부 관계자는 "EEZ 모래를 국책용으로만 쓴다는 내용은 우리와 명확하게 협의된 사안은 아니다"라며 "육상 골조 등으로 바닷모래가 충분히 대체될 수 있을지 확실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해수부가 바닷모래 사용과 관련한 실질적인 결정권을 행사해 왔다는 점에서 국토부가 딱히 방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한편, 올해 650만㎥의 남해 EEZ 모래 채취 물량이 이달 초 고시됐지만 해수부가 까다로운 채취 조건을 내세워 수자원공사는 아직 채취업자 모집 공고도 내지 못한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 채취 물량과 관련해 해수부와 계속 협의 중이며, 이달 말까지는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