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연수학생 감소…일부 대학 공동연구 프로젝트도 차질
"신입생 유치 중국 의존도 낮추고, 대상 국가 판로 넓혀야"


한국에 대한 중국 정부의 사드(THAAD·주한미국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보복이 우리나라 대학들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학교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국내 외국인 유학생 중 절반 이상이 중국인이고, 한중 대학 간 학술 교류 등도 그동안 활발하게 진행돼 온 만큼 중국발 보복 조치가 대학가로 확산하면 충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사드 갈등이 장기화하면 중국에 있는 한국인 유학생들의 안전 여부를 담보할 수 없는 것은 물론, 학교 운영에 큰 도움이 되는 중국인 유학생 수도 결국 감소할 것으로 판단, 다각적인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 "중국인 유학생 감소·학술 교류 중단 우려" 뒤숭숭한 캠퍼스
16일 전북대에 따르면 올겨울 중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한국문화체험 단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은 150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 470명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않았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중국 학생은 2013년 겨울 140명, 2014년 277명 등으로 매년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는데 추세가 완전히 꺾인 셈이다.

우석대를 비롯한 전북 도내 다른 대학들이 중국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겨울 프로그램도 사정이 비슷하다.

한양대 중국문제연구소는 베이징대와 공동 연구 프로젝트를 함께 준비하던 중 최근 상대 대학으로부터 "함께 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두 대학은 그동안 쌓아온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여러 차례 협업 연구를 수행했지만, 일방적인 사유로 관계가 해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소 측은 섣불리 다른 나라와 공동 연구를 추진하는 대신 연구를 잠시 미루기로 했다.

민귀식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중국학과 교수는 "중국 대학 쪽에서 '사드' 때문이라고 직접 언급은 안 했지만, 현재 두 나라의 경직된 분위기상 취소 이유는 사드 때문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며 "사드 배치 여파가 외교를 넘어 교육계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의 한 대학 국제교류협력과 관계자는 "유학 관련 사이트에 중국 정부가 현지 고교를 대상으로 한국 대학과 유학 관련 양해각서(MOU)를 맺지 말라는 지시를 했다는 이야기가 떠도는 등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며 "중국 내부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학에서 유학 중인 중국 학생이 갑자기 학업을 중단하거나, 입학이 취소되고 한중 대학 간 예정된 학술 교류가 일방적인 의사로 취소된 사례는 아직까지 그다지 많지 않다.

입학 여부는 최소 수개월 전에 확정되며, 중국의 경우 9월이 새 학기 개강이라서 당장 현지 대학의 보복이나 교류단절 관련 움직임이 지금으로선 없다는 게 대학 당국의 설명이다.

◇ 중국 내 한국 학생 안전 걱정…중국 연수·현지 활동도 '일시 정지'
중국 정부 차원의 압박 수위가 날로 높아지면서 중국 국민의 반한 감정도 덩달아 고조하고 있다.

국내 대학들은 교환학생이나 어학연수로 중국에 체류 중인 한국 학생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안전을 확인하는가 하면, 당초 예정된 문화탐방이나 입학 유치 활동을 일단 보류했다.

강원대는 최근 교환학생으로 중국에 나가 있는 학생 60명에게 개별연락해 불이익을 당한 사례가 있는지 조사했다.

중국 학교 측에서도 한국 학생들을 상대로 사드와 관련한 언행이나 행동을 각별히 주의해달라는 교육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 배재대는 교환학생으로 중국 현지에 체류 중인 학생들에게 주말을 이용한 여행을 당분간 자제할 것을 주문하는 등 생활지도를 펼쳤다.

목원대는 이번 여름방학에 예정된 미술대 한국화 전공 학생들의 중국 연수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학생 20∼30여명이 열흘 내외로 중국문화를 탐방하고 유명산·유원지에서 풍경화 공부를 할 계획이었지만, 학교는 안전을 이유로 대만으로 장소를 변경했다.

경남대학교 대외교류처는 보통 3월부터 시작하는 중국 현지 입학 유치 활동을 보류했다.

대외교류처 관계자는 "보통 3월에 중국으로 출장을 가서 유치 활동을 하는데, 뉴스를 통해 중국 상황을 보니 홍보하기에 적절한 시기가 아닌 것 같아 잠시 미루기로 했다"고 전했다.

계명대 관계자는 "새로 교류 물꼬를 튼 학교에 학생 유치 입시 설명회를 하러 간다고 하면 현지에서 환영하는 기류가 예전만 못하다는 얘기가 들린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유학 중인 자녀를 둔 중국 학부모들의 고심도 깊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에 있는 한 대학 관계자는 "자녀들이 한국에서 적대적인 대우를 당하고 있는지 걱정하는 학부모의 문의가 종종 접수되고 있다"라면서 "'한국에서 중국어를 쓰지 말고 한국인처럼 행동하라'고 하는 등 행동 지침을 받은 학생들도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 유학생 10명 중 6명은 중국인…"신입생 모집 국가 다변화해야"
학령인구 감소와 매년 줄어드는 입학 정원으로 운영 적자를 겪고 있는 국내 대학들은 외국인 유학생 유치가 갈수록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외국인 학생들은 정원 외로 관리돼서 많으면 많을수록 경영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교육부가 발표한 '외국인 유학생 통계'를 살펴보면 그해 4월 기준 국내 대학교에 재학 중인 유학생은 10만 4천여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중 중국 국적 학생은 6만 여명으로 무려 65%를 차지한다.

이번 학기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더라도 다음 학기부터라도 중국 유학생을 받지 못할까 봐 대학들이 촉각을 곤두세워 중국의 반응을 주시하는 이유다.

대진대 관계자는 "중국 유학생들은 여행사를 통해 교육비자를 발급받아 유학을 온다"며 "지금은 여행비자 발급이 중단된 상태이지만, 교육비자로 확대되거나 여행사를 통한 비자발급을 중단할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전했다.

몇몇 대학은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가 조만간 교육에도 영향을 미칠 것을 대비, 중국에 의존했던 신입생 모집 시스템을 동남아시아나 동아시아로 다변화하기 위해 팔을 걷었다.

수원대는 최근 캐나다 나이아가라 대학과 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한국과 캐나다 학위 동시 취득을 장점으로 내세워 동남아시아 지역 학생 비율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수원대 관계자는 "정부가 나서 사드 문제를 봉합하기만을 기다리기엔 대학교의 생존이 걸렸다"면서 "중국이 언제 어떻게 '갑작스러운' 조처를 할지 예측이 안 되는 만큼 이번 기회를 계기로 외국인 유학생 모집 판로를 넓혀갈 여러 가지 대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울산대 관계자도 "사드 논란 이후 중국인 학생 수가 확 주는 등의 문제는 없지만, 문제가 장기화할 경우 중국인 유학생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사우디아라비아나 베트남, 몽골 등유학생 시장을 다변화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중국도 사드 사태에 대해 출구전략을 찾을 것이기 때문에 '설마 학교까지 건드릴까'하는 생각도 들지만, 예측이 안 되는 만큼 국내 대학들은 이번 상황을 전화위복으로 삼아 중국에 의존했던 외국인 유학생 모집 방법을 손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학교는 외국인 학생들에 대한 관리 질도 높여야 한다"라면서 "이들이 국내 대학에서 좋은 기억을 갖고 고향으로 돌아간다면, 두 나라간 복잡한 정치적 문제가 불거지더라도 민간 외교관을자처, 피해 최소화에 어느 정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지성호, 양영석, 형민우, 이종민, 변지철, 김근주, 우영식, 한무선, 김형우, 박영서, 백도인, 류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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