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향해 거침없는 독설 "원하는대로 보도해라. 가짜뉴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무려 75분 동안 선 채 기자회견을 했다.

지난달 20일 취임 후 가진 회견 중 가장 긴 시간이었다.

'불법 가정부' 고용 논란으로 낙마한 앤드루 퍼즈더를 대신할 새 노동장관 후보 알렉산더 아코스타를 '짧게' 소개하려던 자리가 예정에 없던 '취임 한 달 회견'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부터 전투모드로 나선 탓이 컸다.

트럼프 인사들의 러시아 유착 의혹과 정보기관의 정보 유출, 언론 비판, 대선 결과 자랑 등 온갖 재료들이 도마 위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을 향해 "가짜뉴스"라며 독설과 평소의 불만을 여과없이 쏟아냈다.

트럼프 정부의 초반 혼돈 양상을 보도한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언론사들의 이름을 거명하며, "(정보기관의) 정보유출은 사실이고, 뉴스는 가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 유착설에 대해서도 "여러분들이 러시아에 대해 원하는 대로 말해도 된다.

그러나 그건 허구의 가짜뉴스다"라고 했다.

그는 여러 차례 "모두 다 가짜뉴스"라고 목청을 높였다.

특히 CNN방송 기자가 "대통령께서 우리회사를 '가짜뉴스'라고 했는데…"라며 질문을 시작하자, 말을 가로채며 "(그러면) 말을 바꾸겠다.

'진짜(very) 가짜뉴스'"라고 면박을 줬다.

흑인 여기자가 "도심 빈민가 문제 해결을 위해 흑인·히스패닉 의원 모임도 참여시킬 것이냐"고 물을 때는 "당신이 미팅을 주선하고 싶으냐. 당신이 그들의 친구 아니냐. 만남을 주선해 달라"고 말해 인종차별 논란을 낳았다.

또 "많은 문제를 엉망인 상태로 물려받았다"고 한 것을 비롯해 4차례나 '엉망'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에서 (언론은) 당선에 필요한 270명은커녕 230명 확보도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나는 306명의 선거인단을 차지했다", "내가 당선되자 벌써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다" 등 자화자찬성 발언은 주저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광설'에 가까운 자신의 연설 태도를 언급하면서 "내가 호통치고 발광하는 게 아니다.

단지 당신은 정직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이다"라고 변명하기도 했다.

CNN방송은 이날 회견에 대해 '트럼프의 거친 기자회견 - 역사상 놀라운 순간'이라고 유례를 찾기 힘든 회견이라고 꼬집었고, 워싱턴포스트(WP)도 "놀랄 만한 일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사안에 대해 다 건드렸고, 불만이 가득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k02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