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시각] 트럼프의 파격적 내각 인선이 부럽다
트럼프 행정부가 드디어 출범했다. 트럼프 대통령 자체가 워낙 돌발적인 행동을 즐겨 하는 데다 역사상 처음으로 워싱턴 경험이 전혀 없는 ‘아웃사이더’ 대통령인지라 그를 바라보는 세계의 눈길이 매우 불안하다. 그가 이끄는 미 행정부가 과연 어떤 성과를 거둘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지만 현재까지 필자의 눈으로 바라볼 때 한 가지 부러운 점은 있다. 바로 남의 눈치에 개의치 않고 사업해 크게 성공한 입지전적인 인물들을 그의 내각에 마치 보란 듯이 앉히는 그의 소신과 행동이다.

시각을 우리나라로 돌려보자. 우리나라에서도 대선이 점차 가시권으로 들어오고 있다. 소위 잠룡이라 부르는 사람들이 저마다 적격자임을 내세우며 여러 가지 선심성 공약을 발표하기 시작한다. 또한 캠프에는 이런저런 인재들이 자천타천으로 모여들어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하면 세간의 관심을 끄는 공약을 개발할지에 몰두하고 있다. 그러나 이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이미 가라앉고 있는 잠재성장률과 천문학적으로 늘어난 가계부채, 주력 산업들에 들이대야 하는 구조조정이란 어려운 난제들을 피해갈 방법은 전혀 없다. 이들 난제 중에서도 가장 난제가 바로 온 국민이 원하는 ‘일자리 창출’인데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공공부문에서 채용을 늘리겠다는 등의 선심성 발언이 이어지겠지만 이러한 것이 해결책이 아니란 것은, 과거 1950년대 이후 아르헨티나의 페론 정부가 모든 실업자를 공무원으로 전원 채용했다가 나라를 거덜 낸 사건에서 입증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은 정부가 아니라 바로 사기업들이 하는 것이며, 기업들이 사람을 뽑으려면 사람을 채용해 돈을 벌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야 한다. 그러면 이러한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 나아가 기업들이 사람을 채용하지 않을 수 없는 경제 환경을 만드는 정책은 누가 가장 잘할 수 있겠는가. 평생 돈을 자기 손으로 벌어본 적이 없이 세금으로 봉급만 받아온 공무원이겠는가. 아니면 학교에서 여러 가지 이론을 열심히 가르쳐왔지만 정작 본인 손으로는 사업 한번 못해 본 교수들이겠는가. 아니면 실제 산업계에서 피눈물을 쏟아가며 사업의 실패도 맛보면서 재기에 성공한 입지전적인 사업가이겠는가.

필자가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바라보며 느끼는 가장 큰 부러움은 바로 이러한 내각을 구성하는 인선의 파격이며, 신선함 때문이다. 지나칠 정도의 초부자들로만 구성된 내각, 게다가 ‘거버먼트삭스’라 불릴 정도로 월가의 공룡인 골드만삭스 출신이 대거 진출한 내각은 출범 전부터 당연히 많은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한번 돌아보자. 공무원 출신들이 은행지주사 회장으로 가는 예는 많아도, 은행권 출신들이 한국은행 총재에 기용된 예는 단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증권업계에는 내로라하는 자수성가로 성공한 사람이 많다. 그중 누구 한 명이라도 금융감독원장 또는 금융위원장에 임명돼 금융규제를 본격적으로 수술한 적이 있었던가. 1960년대부터 우리나라를 번영으로 이끈 수많은 쟁쟁한 기업인 중 누구 하나 산업통상부 장관에 임명돼 업계의 고충을 마치 자기 일처럼 풀어보려 노력하는 것을 시도라도 해본 적이 있었는가.

우리나라가 당면한 어려운 경제 문제들은 기존의 방식이나 재탕 삼탕식 반복되는 대책으로는 해결하기가 절대 쉽지 않다. 어려운 경제를 풀어가는데, 그리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있어 실제 기업체를 운영해본 사람 이상의 식견이 있을까. 이제는 우리나라도 세계 10위권으로 올라선 경제 대국이며, 세계에 내놔도 절대 뒤지지 않는 민간부문 인재들이 차고도 넘치는 세상으로 변모했다. 왜 이러한 인재들을 외면하는가. 사족이지만 바람직한 내각의 인선은 공무원 출신과 민간부문 기업체 출신 인선이 반반 정도 섞이면 좋을 것 같다.

하태형 < 전 현대경제연구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