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3차대전의 승자는 일반적인 예상대로 롯데ㆍ신세계ㆍ현대백화점의 유통 '빅3'의 승리로 끝이 났다.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유통 '빅3'가 이제는 백화점과 아웃렛 뿐 아니라 면세점에서도 정면 승부를 벌이게 됐다.

'빅3'의 새 면세점 모두 강남에 위치하고 있어, 이곳을 많이 찾는 '싼커(散客: 중국인 개별관광객)' 유치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 '패자부활전'서 롯데-SK 희비 교차
각종 논란 속에 진행된 이번 입찰은 여러 변수가 얽혀있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혼전 양상이 펼쳐졌다.

발표된 결과는 큰 틀에서 업계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와 SK가 동시에 '부활'하기는 쉽지 않다는 예상이 있었고, 삼성동에서 현대백화점과 HDC신라가 나란히 특허를 받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됐기 때문이다.

최대 관심사는 지난해 사업권을 상실한 롯데 월드타워점과 SK의 워커힐면세점의 '부활' 여부였다.

결국 두 곳 중에서는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롯데만 기사회생했다.

롯데 월드타워점은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결정 당시부터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혔다.

월드타워점은 2015년도 매출이 6천112억 원으로 국내 시내면세점 가운데 3위였으며, 규모나 시설 면에서도 검증된 사업장이다.

그러나 최근 '최순실 게이트'의 불똥이 면세점 특허로 튀면서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3장이 주어지는 대기업 몫 서울 면세점 특허 중 2장이 지난해 탈락 업체인 롯데와 SK에 돌아가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왔다.

두 업체는 면세점 영업 종료에 따른 고용불안 문제 등을 내세우는 동시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이번 특허전에 매달렸다.

롯데로서는 지난해 경영권 분쟁 등으로 여론이 악화한 가운데 탈락을 경험했지만 이번에는 사업 경쟁력을 앞세워 이를 극복한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는 현대백화점(801.50점)에 이어 2위(800.10점) 점수로 사업권을 되찾았다.

3위 신세계디에프는 769.60점이었다.

반면에 워커힐면세점은 특허 재획득 실패로 사실상 면세점 사업을 접게 됐다.

워커힐면세점은 2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지만 상대적으로 저조한 매출과 접근성이 떨어지는 위치가 약점으로 꼽혔다.

◇ 강남에 3곳 추가…'싼커' 최적화 입지
이번에 추가된 3곳은 모두 강남권이다.

현재 서울 강남 지역 면세점은 롯데 코엑스점이 유일하다.

한국을 찾는 젊은층 '싼커'가 늘어나면서 이들이 선호하는 강남 지역에 후보지가 몰렸다.

선정된 3곳은 모두 교통이 편리하고 대규모 유통시설 내부에 들어선다는 공통점이 있다.

현대면세점은 무역센터점 내 3개층을 리모델링할 예정이다.

무역센터점은 '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관광특구'로 지정된 코엑스 단지에 자리 잡고 있다.

특급호텔과 카지노, SM타운, 코엑스몰, 백화점, 도심공항터미널 등 풍부한 관광 인프라를 갖춰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유리하다.

신세계면세점이 후보지로 내세운 센트럴시티 역시 대형 복합생활문화공간으로 쇼핑, 호텔, 맛집, 영화관, 서점 등이 모여 있고, 고속버스터미널과 연결돼 교통도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선정 결과를 놓고 보면 젊은층 개별관광객이 방문하기 편한 강남권 대형 유통시설이라는 입지가 플러스 요인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월드타워점 역시 내년 초 개장을 앞둔 국내 최고층 빌딩인 롯데월드타워 등과 연계해 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을 수 있다.

당국은 이번 면세점 추가 선정 계획을 발표하면서 관광산업 활성화 및 투자·고용 촉진을 이유로 내세웠다.

이와 관련해 롯데가 향후 5년간 외국인 관광객 유치, 강남권 관광 인프라 구축, 중소 협력업체 지원 등에 2조3천억여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후보 기업들은 앞다퉈 통 큰 투자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 유통 '빅3' 강남대전…무한경쟁 돌입
이번 사업자 선정으로 면세점 4곳이 추가되면 서울 시내면세점은 13곳으로 늘어난다.

지난해 '면세점 대전'을 통해 추가된 신라아이파크면세점, 갤러리아면세점63,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두타면세점 등이 아직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4곳이 추가되면 경쟁은 더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면세점 사업이지만 앞으로는 도태되는 업체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면세점 업계 내부 순위 경쟁도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월드타워점 특허를 되찾으면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게 됐다.

호텔신라는 HDC신라면세점이 시내면세점 추가에 실패하면서 제자리걸음을 하게 됐다.

반면에 신세계는 명동에 이어 강남에서도 면세점을 열면서 면세점 업계 '3강' 체제를 굳히고 2위를 추격할 발판까지 마련했다.

특히 롯데, 현대백화점, 신세계는 백화점 등 유통 각 부문에서 맞붙고 있는 가운데 이제 면세점에서도 정면 승부를 펼치게 됐다.

현대는 면세점 사업 경험이 없다는 약점을 45년 유통경력을 내세워 극복했다.

신세계는 지난해 서울 면세점 특허를 획득한 신규 사업자라는 점이 핸디캡이 될 수 있었지만 명동점 실적과 유통사업 역량으로 이겨냈다.

명동 등 도심 지역에 집중됐던 면세점 이용객이 강남권으로 분산돼 강북-강남간 면세점 고객 유치 경쟁도 벌어질 수 있다.

면세점과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강남 지역 면세점들이 젊은층 개별 여행객 등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것이 관건으로 꼽힌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