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유대주의·백인우월주의·前부인 폭행 등 논란 전력 도마 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차기 대통령 당선인이 13일(현지시간) '위험한 정치공작가' 스티브 배넌을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수석 고문으로 임명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반(反) 유대주의' 발언 등 그의 전력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당장 그의 임명을 철회하라는 시민단체 등의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트럼프를 일방적으로 선전한 극우성향 인터넷 매체인 '브레이트 바트' 창립자에 이어 트럼프 대선 캠프의 좌장인 최고경영자(CEO)로 활약한 배넌은 비서실장의 물망에 오르다 결국 대통령 특보 성격의 전략가 겸 고문에 낙착됐다.

이 자리는 향후 트럼프의 국내 정책은 물론 세계 전략의 방향을 짜는 상당한 요직으로 평가된다.

조지 W. 부시 정권의 칼 로브나 버락 오바마 정권의 존 포데스타가 맡은 역할이다.

의회전문매체 '더 힐'은 "진보와 보수 양쪽의 시민단체와 비평가들이 배넌의 백악관 고위직 임명에 우려를 표명했다"며 "배넌은 백인우월주의자이자 반유대주의자"라고 비판했다.

'더 힐'은 "배넌이 브레이트바트 뉴스를 통해 유대인과 무슬림, 흑인, 다른 소수계를 반대하는 모욕적 주장을 펼치도록 조장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덧붙였다.

유대인 차별철폐 운동단체인 'ADL' 측은 "배넌이 속한 '대안 우파'(alt-right)는 백인 민족주의자와 인종주의자, 반유대주의자 들이 뻔뻔히 결합된 세력"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배넌의 백악관 참모 임명이 인종적으로 무차별적인 발언과 노골적인 백인 민족주의 요소로 가득찬 극보수 운동인 '대안 우파'와 관련된 브레이트바트 뉴스에 비판적이었던 이들로부터 격한 비난을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혐오주의 감시단체인 '남부빈곤법률센터'는 "배넌은 백인 국수주의자의 선전공장이 된 브레이트바트를 뒤에서 움직인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이 단체는 트럼프는 대선 승리연설 당시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 만큼 배넌의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 6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에 소재한 흑인교회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뒤 브레이트바트 뉴스가 "남부연합기는 영광스러운 유산"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한 점을 비판했다.

대선 기간 부인에 대한 폭력 행사와 반 유대주의 등 인종차별 발언, 주소지 허위신고 등이 폭로된 그는 트럼프 주변에서 가장 거센 논란에 휘말려 있는 인물이다.

먼저 그는 캘리포니아 주 거주 당시인 1996년 1월 둘째 부인에게 폭력을 행사한 가정폭력과 구타 혐의, 목격자에게는 증언을 못 하도록 한 강요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는 식료품 구매 등 쇼핑을 위해 신용카드를 달라는 부인에게 수표로 계산하라고 하면서 시작된 사소한 말다툼 끝에 부인의 목과 팔을 비틀어 결국 911까지 출동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그러나 이 소동은 추후 목격자가 등장하지 않고 부인도 법정 출두를 거부하면서 8개월 만에 종료됐다.

두 사람은 1996년 8월 사건 종료 직후 이혼했으나 양육 등을 지루하게 법정 공방을 벌였다.

특히 큰 시비에 휘말린 사안은 반 유대주의 발언이다.

둘째 부인은 2007년 6월 이혼소송 과정에서 "배넌이 쌍둥이 딸들을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의 아처여학교에 보내는 것과 관련해 가장 크게 제기한 문제는 유대인 학생의 수였다"며 "그는 딸들이 투덜대고 버릇없는 아이로 자라는 것을 원치 않았고 그래서 유대인들과 같이 학교에 다니는 것을 싫어했다"고 주장했다.

배넌이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 다테 카운티의 집을 주소지로 신고했으나 신고 당시 그 집이 철거가 예정된 빈집이었던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실제로 거주하지 않는 주소지를 선관위에 등록한 것이다.

플로리다 주 선거법은 반드시 실거주지를 주소지로 등록하도록 규정해 위반 시 3급 중범죄 혐의에 해당해 최고 5년의 징역형을 받게된다.

(워싱턴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