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트럼프, 美 파리협정 탈퇴 추진안해"…中·日 "상황 지켜볼 것"

기후변화 자체를 불신하며 파리협정 탈퇴를 주장해온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되면서 지난 7일부터 열리고 있는 제22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도 혼란에 빠졌다.

총회에 참석한 196개 당사국 대표들은 트럼프가 파리협정을 통해 합의된 신(新)기후체제를 쉽사리 무력화할 수 없을 것이라고 기대하면서도 그가 기후 관련 정책을 내놓을 때까지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총회의 의장인 살라헤딘 메주아르 모로코 외무장관은 11일(현지시간)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파리협정은 지금 여기 있다"며 "협정이 발효했다는 것은 각 정부가 그들의 책임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함께 이행하는 파리협정은 지난 4일 공식 발표했다.

또 그는 "이로부터 후퇴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되돌아가는 길은 없다"고 덧붙였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도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파리협정의 탈퇴를 추진하지 않으리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파리협정은 반 총장이 임기 중에 이룬 가장 큰 성과물의 하나다.

반 총장은 "트럼프가 (선거 과정에서) 우려스런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그도 기후변화 대응의 중요성과 심각성, 시급성을 이해한다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낙관적 기대와는 달리 트럼프가 기후공약을 내놓을 때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특히 트럼프가 "기후변화는 미국의 사업을 방해하려는 중국의 사기극이다"라고 주장하며 공격했던 중국은 현 상황을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다.

천즈화 중국 대표는 "미국에서 새로운 정부가 내년 1월 들어서는 가운데 우리는 상황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너무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우시오 시게루 일본 대표도 일본은 트럼프가 제시하는 기후정책이 그의 선거기간 공약과 달라질지를 지켜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개발도상국들의 기후변화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 등 선진국이 조성했던 녹색기후기금(GCF)도 난관에 부닥쳤다.

미국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시절 선진국을 중심으로 1천억 달러(117조원) 상당의 기금을 조성해 빈국들이 청정에너지를 개발하고, 해수면 상승 등 기후변화 결과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지만, 트럼프는 선거기간 동안 기금 후원 중단을 공언했다.

총 30억 달러(3조5천억원) 기금에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미국은 현재까지 5억달러(5천800억원)만을 지불했다.

이에 트럼프의 당선으로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전 지구적 노력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지자 유럽연합(EU)과 프랑스, 독일, 멕시코 등의 장관들이 이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신기후체제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우리의 약속은 변함없다"며 이는 미국을 포함해 전 국제사회에 함께 일하겠다는 우리의 약속이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viv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