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주주의 추악함 폭로…위기의 나라가 타국 돕겠나" 조롱
러시아는 '자국 선거인듯' 상세 보도·생중계까지



진흙탕 싸움으로 흐른 미국 대선이 중국, 이란, 러시아 등 미국의 '라이벌' 국가들에 미국식 민주주의를 마음껏 비웃을 기회로 활용되고 있다.

미국 대선이 치러진 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섹스스캔들, 거짓말, 부패 의혹과 선거 조작 주장 등을 둘러싼 난타전을 벌이면서 라이벌 국가들이 미국식 민주주의를 깎아내리고 자국 시스템의 '우월성'을 띄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가 각종 폭로전과 비방전으로 얼룩지자 그간 서방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국가들이 "그런 민주주의가 무슨 소용이냐"고 경멸을 쏟아낸다는 것이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지난주 "두 후보가 내가 말하곤 했던 미국의 현실과 재난을 폭로하고 있다"고 조롱하면서 이런 상황을 서방과의 관계개선을 희망하는 이란 내 온건파들을 겨냥하는 데 활용했다.

그는 두 후보의 설전이 "미국의 도덕 가치가 무너졌음을 보여준다.

미국과의 타협이 우리나라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라고 주장하면서 "위기가 닥친 나라가 어떻게 다른 나라를 도와주겠느냐"고 되물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사설을 통해 "미국식 민주주의의 추악함이 철저히 드러났다"며 "미국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의 최대 패배자"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미국식 민주주의는 소수의 부유층과 기득권층이 장악한 판에 한정됐다"며 "아메리칸 드림은 점점 도달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맹공했다.

중국 검열당국은 중국 제도와 정면 배치되는 미국의 선거 과정을 너무 자세히 보도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으나 논평가들을 활용한 조롱은 서슴지 않고 있다.

관영 언론인 글로벌타임스 칼럼니스트는 지난달 "서구 정치시스템의 단점이 표면화하고 있다"며 "유권자들은 소외됐고 후보들은 사람들을 어지럽히고 거짓말하는 데 경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를 대놓고 편애하는 러시아에서도 미국 민주주의 전반을 조롱하는 상황은 비슷하다.

러시아의 스타 방송인인 드미트리 키셀레프는 이틀 전 자신의 쇼에서 "미국사상 가장 더러운 선거"라며 "모든 데서 역겨운 악취가 진동하는데 왜 미국이 아직도 민주주의로 불리는지 비위가 상할 일"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에서 이번 미 대선에 대한 관심은 상당하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대선일 러시아 관영 매체들의 전면적인 보도를 보면 "미국 대선이 실제로는 이곳(러시아)에서 벌어지는 것처럼 보일 정도"라고 전했다.

뉴스채널 '로시야 24'가 미국 동부 시간으로는 8일 늦은 오후인 9일 새벽 1시 생중계를 약속하는 등 지난 9월 러시아 총선 때보다도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있을 지경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