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 비즈니스, 나홀로 잘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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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혼술·혼영 시대
1인 가구 520만명 넘고 소비 규모 86조원 달해
2030년 1인 시장 200조
1인 가구 520만명 넘고 소비 규모 86조원 달해
2030년 1인 시장 200조
‘나 혼자 산다’(MBC), ‘혼술 남녀’(tvN), ‘조용한 식사’(올리브TV). 모두 ‘싱글 라이프’를 주제로 한 TV 인기 프로그램이다. 등장인물은 혼자 여가 시간을 보내고, 술을 마시고, 밥을 먹는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그들의 일상에 시청자들은 열광한다. 그만큼 혼자 일상을 보내는 일에 공감하는 1인 가구가 많아졌다는 뜻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미 한국은 서너 집 건너 한 집은 1인 가구다.
1인 가구의 지난해 소비 규모는 86조원에 달한다. 특히 혼자 사는 2030세대는 나를 위한 소비를 위해 지갑을 여는데 거리낌이 없다. 외식·주거·문화 시장에서는 이들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내놓기 바쁘다.
1인 가구 폭증
1인 가구의 증가폭은 가파르다. 통계청의 ‘2015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는 520만3000가구로 전체 가구(1911만1000가구)의 27.2%를 차지했다. 25년 전인 1990년(9.0%)보다 세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국내에서 가장 보편적인 가구 형태로 자리 잡은 것이다. 4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18.4%로 2인 가구(26.1%)나 3인 가구(21.5%)보다 작았다.
최근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청년층 가운데 ‘삼포세대(연애·결혼·출산 포기)’가 크게 늘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이혼·사별 등으로 홀로 사는 노인도 증가했다. 경제난에 결혼을 미루고 혼자 사는 ‘나홀로족’이나 경제적 여력은 있지만 결혼을 미루고 혼자 사는 ‘골드 미스터·골드 미스’도 불어나는 추세다. 1인 가구 가운데 가장 많은 18.3%는 30대다. 다음은 70세 이상(17.5%), 20대(17.0%) 순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여성 경제활동인구가 많아지면서 1인 가구가 크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솔로콘텐츠’ 전성시대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브라운관에는 이들을 조명하는 프로그램이 넘쳐나고 있다. 2013년 MBC의 ‘나 혼자 산다’를 기점으로 등장한 솔로 콘텐츠는 최근 급격히 늘고 있다.
1인 가구가 문화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은 2~4인 가구와는 다르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취향에만 집중한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가족주의 사회에선 보편성 있는 작품을 선호하지만 1인 가구가 많아진 지금은 취향 소비를 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공연도 데이트할 때나 기념일에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족을 위해 본다”고 설명했다.
취향 소비에서 두드러지는 패턴은 두 가지다. 1인 가구의 삶과 밀접한 콘텐츠를 찾거나, 혼자 깊이 사색할 수 있는 작품을 본다. 가장 대중적인 매체인 TV는 1인 가구의 삶 자체에 집중하는 콘텐츠를 주로 생산한다. tvN 드라마 ‘혼술남녀’는 서울 노량진 ‘공시촌’에서 혼자 술을 즐기는 혼술족의 삶을 다룬다. 올리브TV의 예능 ‘조용한 식사’에서는 등장인물이 한마디 말도 없이 홀로 식탁에 앉아 밥을 먹는 장면만 내보낸다. 지극히 심심한 프로그램이지만 공감하는 시청자가 적지 않다. 모르는 사람과 통화하며 속마음을 털어놓도록 하는 tvN 예능 ‘내 귀에 캔디’도 1인 가구의 고독을 보여주며 인기를 얻고 있다. 대가족이 지지고 볶던 ‘홈드라마’는 이미 한물간 지 오래다.
‘싱글 이코노미’의 등장
기업들도 최근 1인 가구에 주목하고 있다. 1인 가구의 특징은 ‘왕성한 소비력’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전국의 2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의 전국 500가구(1인 가구와 3~4인 가구 각 250명)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월 가처분소득이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인 가구가 32.9%로 가장 높았다. 3~4인 가구(17.2%)의 두 배를 웃도는 수치다. 다른 가구에 비해 1인 가구는 양육이나 가족 부담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벌어들인 수입은 오롯이 자신의 삶을 위해서만 소비한다.
전문가들은 1인 가구 관련 시장 규모가 2030년에는 약 2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산업연구원이 국민 소비지출 규모를 추정한 결과 1인 가구 소비지출 규모는 2010년 60조원에서 2020년 120조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2030년엔 194조원에 달해 4인 가구 지출 규모인 178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전체 민간 소비의 20%에 육박하는 수치다. 1인 가구의 소비 상황에 따라 한 나라의 경제가 흔들릴 수도 있는 수준이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가장 수혜를 입은 곳 중 하나는 편의점이다. 지난해 편의점 CU의 도시락 매출은 전년보다 65.8% 늘었다. 올 1~9월 도시락 판매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96% 폭증했다. 세븐일레븐과 GS25 역시 같은 기간 도시락 판매가 각각 153.8%, 176.5% 늘었다. 세븐일레븐은 1인 가구 맞춤형 브랜드 ‘싱글싱글’을 론칭한 데 이어 혼술족을 겨냥한 ‘하프와인’ 등 소용량 주류도 판매하고 있다.
1인 가구를 위한 주거공간이나 인테리어 선택지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최근 주택업계에서는 50㎡ 미만의 소형 오피스텔이 인기다. 20㎡짜리 초소형 오피스텔도 등장하고 있다. 아파트 시장에서도 가벽을 설치한 뒤 공간을 분리해 사용하는 ‘부분 임대’가 각광받고 있다. 조립식 가구와 침구류를 취급하는 이케아가 최근 국내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것도 1인 가구 덕택이 컸다는 분석이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1인 가구의 지난해 소비 규모는 86조원에 달한다. 특히 혼자 사는 2030세대는 나를 위한 소비를 위해 지갑을 여는데 거리낌이 없다. 외식·주거·문화 시장에서는 이들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내놓기 바쁘다.
1인 가구 폭증
1인 가구의 증가폭은 가파르다. 통계청의 ‘2015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는 520만3000가구로 전체 가구(1911만1000가구)의 27.2%를 차지했다. 25년 전인 1990년(9.0%)보다 세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국내에서 가장 보편적인 가구 형태로 자리 잡은 것이다. 4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18.4%로 2인 가구(26.1%)나 3인 가구(21.5%)보다 작았다.
최근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청년층 가운데 ‘삼포세대(연애·결혼·출산 포기)’가 크게 늘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이혼·사별 등으로 홀로 사는 노인도 증가했다. 경제난에 결혼을 미루고 혼자 사는 ‘나홀로족’이나 경제적 여력은 있지만 결혼을 미루고 혼자 사는 ‘골드 미스터·골드 미스’도 불어나는 추세다. 1인 가구 가운데 가장 많은 18.3%는 30대다. 다음은 70세 이상(17.5%), 20대(17.0%) 순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여성 경제활동인구가 많아지면서 1인 가구가 크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솔로콘텐츠’ 전성시대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브라운관에는 이들을 조명하는 프로그램이 넘쳐나고 있다. 2013년 MBC의 ‘나 혼자 산다’를 기점으로 등장한 솔로 콘텐츠는 최근 급격히 늘고 있다.
1인 가구가 문화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은 2~4인 가구와는 다르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취향에만 집중한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가족주의 사회에선 보편성 있는 작품을 선호하지만 1인 가구가 많아진 지금은 취향 소비를 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공연도 데이트할 때나 기념일에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족을 위해 본다”고 설명했다.
취향 소비에서 두드러지는 패턴은 두 가지다. 1인 가구의 삶과 밀접한 콘텐츠를 찾거나, 혼자 깊이 사색할 수 있는 작품을 본다. 가장 대중적인 매체인 TV는 1인 가구의 삶 자체에 집중하는 콘텐츠를 주로 생산한다. tvN 드라마 ‘혼술남녀’는 서울 노량진 ‘공시촌’에서 혼자 술을 즐기는 혼술족의 삶을 다룬다. 올리브TV의 예능 ‘조용한 식사’에서는 등장인물이 한마디 말도 없이 홀로 식탁에 앉아 밥을 먹는 장면만 내보낸다. 지극히 심심한 프로그램이지만 공감하는 시청자가 적지 않다. 모르는 사람과 통화하며 속마음을 털어놓도록 하는 tvN 예능 ‘내 귀에 캔디’도 1인 가구의 고독을 보여주며 인기를 얻고 있다. 대가족이 지지고 볶던 ‘홈드라마’는 이미 한물간 지 오래다.
‘싱글 이코노미’의 등장
기업들도 최근 1인 가구에 주목하고 있다. 1인 가구의 특징은 ‘왕성한 소비력’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전국의 2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의 전국 500가구(1인 가구와 3~4인 가구 각 250명)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월 가처분소득이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인 가구가 32.9%로 가장 높았다. 3~4인 가구(17.2%)의 두 배를 웃도는 수치다. 다른 가구에 비해 1인 가구는 양육이나 가족 부담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벌어들인 수입은 오롯이 자신의 삶을 위해서만 소비한다.
전문가들은 1인 가구 관련 시장 규모가 2030년에는 약 2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산업연구원이 국민 소비지출 규모를 추정한 결과 1인 가구 소비지출 규모는 2010년 60조원에서 2020년 120조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2030년엔 194조원에 달해 4인 가구 지출 규모인 178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전체 민간 소비의 20%에 육박하는 수치다. 1인 가구의 소비 상황에 따라 한 나라의 경제가 흔들릴 수도 있는 수준이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가장 수혜를 입은 곳 중 하나는 편의점이다. 지난해 편의점 CU의 도시락 매출은 전년보다 65.8% 늘었다. 올 1~9월 도시락 판매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96% 폭증했다. 세븐일레븐과 GS25 역시 같은 기간 도시락 판매가 각각 153.8%, 176.5% 늘었다. 세븐일레븐은 1인 가구 맞춤형 브랜드 ‘싱글싱글’을 론칭한 데 이어 혼술족을 겨냥한 ‘하프와인’ 등 소용량 주류도 판매하고 있다.
1인 가구를 위한 주거공간이나 인테리어 선택지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최근 주택업계에서는 50㎡ 미만의 소형 오피스텔이 인기다. 20㎡짜리 초소형 오피스텔도 등장하고 있다. 아파트 시장에서도 가벽을 설치한 뒤 공간을 분리해 사용하는 ‘부분 임대’가 각광받고 있다. 조립식 가구와 침구류를 취급하는 이케아가 최근 국내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것도 1인 가구 덕택이 컸다는 분석이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