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이미 끝난 게임일까?
미국 대통령선거가 종반으로 접어들면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압도적 승리를 예상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줄을 잇는다. 클린턴 후보가 선거인단 확보에서 얼마나 큰 차이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이길지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가 뒤집기로 승리할 가능성은 없는 걸까.

◆일부 경합주에서 격차 줄인 트럼프

블룸버그통신과 여론조사기관 시저즈는 지난 21~24일 투표 의향이 있는 대표적 경합주 플로리다의 유권자 953명을 대상으로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트럼프(43%)가 클린턴(41%)을 2%포인트 앞섰다고 2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클린턴은 이 지역 여론조사에서 이달 들어 한 번도 트럼프에게 진 적이 없다가 이번에 뒤집힌 것이다.

정치 전문매체 더힐은 최근 클린턴과 트럼프 간 지지율 격차가 축소되는 점이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플로리다주에서 두 사람 간 지지율 격차(리얼클리어폴리틱스 집계 기준)는 21일 4%포인트에서 24일 1.6%포인트로 줄었다. 전국 지지율 격차도 1주일 만에 7.1%포인트에서 5.1%로 축소됐다.

트럼프 후보의 선임 정치고문 피터 바버라는 “이번주 들어 펜실베이니아주 등 경합주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여론조사의 표본 추출에 문제가 있고, 클린턴 후보에게 유리한 쪽으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5%포인트대로 지지율 격차가 줄었다는 것은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바버라는 지지율 격차가 좁혀진 이유로 두 가지를 꼽았다. 트럼프의 음담패설 동영상 등이 가져온 부정적 효과가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반면 오바마케어(민주당 소속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도입한 건강보험 개혁) 시행에 따른 보험료 급등 등 현 정부의 정책 실패가 현실로 나타나면서 클린턴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2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도 부정확한 여론조사(오차범위 ±4%포인트)와 트럼프 지지층의 숨은 표심 때문에 미국 대선에서 6월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과 같은 예상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영국에선 막판에 브렉시트 반대여론이 우세했지만 국민투표 결과 찬성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줬다.

◆“여론조사 방식 바꿔도 영향 없어”

CNN머니는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투자회사 코웬앤드코퍼레이션의 분석을 인용, 브렉시트 투표 결과와 같은 예상외 상황이 미 대선에서 재현될 수 없는 이유를 정리했다.

우선 영국에서는 브렉시트 투표일 한 달 전부터 찬반 양측이 경합세였다. 미 대선에선 7월 공화당 전당대회 직후와 9월 초·중순을 빼면 클린턴이 트럼프를 평균 4%포인트 차로 꾸준히 앞서고 있다. 또 브렉시트 국민투표의 경우 하루 전까지도 부동층 비중이 크고, 이들의 투표 의중을 파악하기가 힘들었으나 미 대선에서는 부동층과 제3후보 지지층이 계속 줄고 있다.

CNN머니는 트럼프에 대한 유권자 비호감도가 클린턴보다 더 높고, 트럼프를 지지하는 ‘숨은 유권자층’이 캠프 측 주장처럼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들었다. 트럼프 지지에 따른 사회적 비난을 감수할 필요가 없는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해도 그렇지 않았을 때와 비교해 트럼프 지지율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CNN머니는 ‘클린턴’ 혹은 ‘트럼프’에 투표하는 미국 대선이 ‘잔류’ 혹은 ‘탈퇴’ 여부를 묻는 브렉시트 국민투표와 다르다는 점도 강조했다. 예컨대 ‘미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느냐’는 질문엔 29%만이 찬성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은 52%에 이른다. 후보 개인의 매력이나 혐오가 투표 결과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는 경합주를 빼고도 클린턴이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 과반수(270)인 272명(경합주 포함 시 333명)을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클린턴이 선거인단 341명을 얻어 대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박진우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