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가 코스피지수 1850~2100의 ‘박스피’에 5년째 갇혀 있다. MSCI신흥시장지수가 올 들어 14.4% 급등했지만 코스피지수는 3.6% 찔끔 오르는 데 그쳤다. 웬만한 호재에는 꿈쩍도 않는 등 활력도 매력도 다 잃었다는 분석이다. 거품 우려가 나올 정도로 가격이 치솟는 부동산 시장과 대조적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올 들어 10조원이 넘는 순매수로 힘을 보탰지만 증시 무기력증은 그대로다. 8월 이후 코스피지수가 1% 이상 오른 날이 단 하루에 불과한 실정이다. 외국인들의 ‘러브콜’이 강해지는 것과 비례해 일반투자자의 펀드 환매 요구가 밀려들고 있어서다. 펀드 가입자들은 코스피지수가 2000을 넘어서기만 하면 아낌없이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다. 우리 경제의 장래에 대한 믿음이 크게 약화된 때문일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발 빠르게 매매했다지만 올해도 손실은 일반투자자들의 몫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투자자의 올(9월19일 기준) 매수 상위 10종목 수익률은 -18%로 곤두박질쳤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는 나란히 9%대의 고수익을 올렸다.

한미약품 사례에서 보듯 기관·외국인과 개인 간 여전한 ‘정보 비대칭’ 문제가 한 원인일 것이다. 국회를 장악한 다수 야당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내는 규제도 한국 증시를 절간처럼 만들고 있다. 시장과 기업에 대한 몰이해로 하루아침에 정부정책이 뒤집히는 상황은 증시 최대의 적인 불확실성의 온상이다.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으니 투자자 이탈을 막아낼 재간이 없다.

국민연금이 상장사 개입을 확대하면서 ‘연금사회주의’ 논란이 커지는 점도 증시를 질식시키고 있다. 시가총액의 10%에 달하는 많은 주식을 보유해 ‘연못 속 고래’로 불리는 국민연금은 의결권을 앞세워 배당확대를 요구 중이다. 하지만 배당은 기업경영에서 핵심적 의사결정이다. 국민연금의 배당 강제는 투자와 성장잠재력을 훼손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다분하다. 국민의 호주머니를 털어서 만든 자금으로 후손들의 미래를 위협해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