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네트웍스가 스포츠 브랜드 ‘프로스펙스’만 남기고 모든 패션사업을 접는다. 37개 본사 팀은 프로스펙스와 상사업무, 자산관리에 필요한 11개 팀만 남기고 모두 해체하기로 했다. 직원들에겐 명예퇴직 신청을 통보했다.
LS네트웍스, 프로스펙스만 남기고 패션 접는다
패션업계에선 그동안 적자경영에 시달리며 브랜드를 하나씩 정리해온 LS네트웍스가 상징성이 있는 회사의 첫 브랜드 프로스펙스만 남기고 나머지를 모두 접는 고육지책을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적자 경영 끝에 철수키로

LS네트웍스, 프로스펙스만 남기고 패션 접는다
LS네트웍스는 4년 전만 하더라도 6개 패션 브랜드를 갖고 있었다. 1981년 첫선을 보인 토종 스포츠 브랜드 프로스펙스를 비롯해 일본 몽벨, 독일 잭울프스킨, 미국 스케처스, 스위스 피크퍼포먼스, 자체 아웃도어 편집숍 웍앤톡 등으로 사업을 확대해갔다.

중저가의 대중적인 프로스펙스, 잭울프스킨부터 기능성을 강조한 스케처스와 몽벨, 고가의 아웃도어 브랜드 피크퍼포먼스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판매가 부진한 피크퍼포먼스를 사업 1년 만에 접었고, 자체 아웃도어 편집숍 웍앤톡도 2년 만에 문을 닫았다. 올 들어서는 잭울프스킨 사업을 접었고 스케처스는 물적분할해 따로 법인을 세웠다. 몽벨은 일본 본사와 함께 합작법인을 세우는 등 여러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스케처스는 미국 본사가 직접 한국 사업을 하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다.

LS네트웍스, 프로스펙스만 남기고 패션 접는다
LS네트웍스 패션사업의 위기는 잘나가던 2012년부터 시작됐다는 평가다.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했기 때문이다. 당시 프로스펙스에서 김연아 선수를 모델로 내놓은 일명 ‘연아신발’(사진)은 하루에 1500켤레씩 팔려나가 물량을 댈 수 없을 정도였다. 매출은 6548억원으로 전년보다 44.2%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118억원으로 3배 넘게 늘었다. 매출은 2014년까지 증가했지만 급격한 매장 확대와 마케팅 비용 증가로 2013년부터 영업손실이 나기 시작했다.

판매가 부진하자 세일 폭을 늘리는 등 ‘숫자 맞추기’에 나섰다. 하지만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매장을 줄이는 등 비용 절감에 나선 패션업체들도 고전을 면치 못할 만큼 업황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작년엔 매출도 줄고 영업손실이 683억원까지 불어났다. 회사 매출의 70%가 넘는 패션부문은 지난해 223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7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희망퇴직·명예퇴직 신청받아

LS네트웍스는 지난 20일 전 직원에게 “희망퇴직과 명예퇴직 중 선택할 수 있는 시한을 열흘 주겠다”고 통보했다. 대리점 중간 판매 관리자로 옮기는 희망퇴직을 선택하든지, 근무기한에 따라 수개월어치 월급을 받고 퇴사하는 명예퇴직을 하라는 것.

이 회사의 한 팀장급 직원은 “37개 팀에 각각 팀장이 있는데 11개 팀으로 축소하면 대부분 나가야 하는 상황 아니겠느냐”며 “대리·과장급은 이직할 수 있겠지만 그 이상 연차는 옮기기도 어려워 고민하는 직원이 많다”고 전했다.

지난해 패션보다 영업손실이 더 컸던 유통 및 글로벌 상사부문은 올 들어 적자 폭이 줄었다. 이 때문에 계속 적자를 내는 패션사업부터 정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는 분석이다.

한 패션업체 임원은 “스케처스는 미국 본사와, 몽벨은 일본 본사와 사업권 매각을 위한 협상이 막바지 작업 중인 것으로 안다”며 “위기관리형 사업인 부동산, 채권 등 자산관리부문과 상사부문만 남기겠다는 것은 얼마나 경영하기 어려운 상황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