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그리드 확대해야"…"제주는 미래 상징하는 곳"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추석을 앞둔 주말인 11일 제주도를 방문해 자신의 '대표 브랜드'인 4차 산업혁명 구상의 세일즈에 나섰다.

최근 강원도 원주, 대전, 광주, 부산에 이어 제주도를 방문한 건 총선 이후 전국 주요 거점을 훑는 일정의 마침표를 찍는 동시에 대선 행보의 시동을 건 것이다.

제주는 지난 4·13 총선을 앞두고 "과학기술 혁명·교육혁명·창업혁명을 이끌겠다"며 제주미래선언을 발표한 곳이다.

2014년 1월 새정치추진위원회 시절에는 처음으로 창당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날 아침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아이오닉'에서 내린 안 전 대표는 제주 4·3평화공원을 찾아 방명록에 '국민의 명령과 역사의 진실 앞에 겸허히 서겠습니다.

평화는 우리의 미래입니다'라고 썼다.

4·3사태 때 행방불명된 실종자들의 위령단을 참배하고서는 "4·3 사태는 인류사적 비극이자 우리의 가슴아픈 역사"라고 제주도민들을 위로했지만, 일부 도민들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활동을 부활시켜달라'고 요청하자 "고민해봐야 할 점들이 많다"며 즉답을 피했다.

안 전 대표는 이어 제주돌문화공원에서 '함께 미래로 나갑시다'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는 이달 초 독일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IFA)에서의 경험을 소개하며 미래 먹거리 혁명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곳은 전세계 회사들이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는 전쟁터였다"며 "우리가 소프트웨어 경쟁, 표준화 전쟁, 협업을 통한 혁신경쟁이라는 패러다임 변화의 직전에 서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는 전기자동차 등 다양한 시도들이 시작되는 곳이자 미래를 상징하는 곳"이라며 "저는 누가 대한민국의 가는 길을 물으면 그 답은 제주에 있다고 말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당초 강연 초안에는 대학입시제도 단순화와 정시모집 확대 등 교육정책 구상도 담겨있었으나 최종 수정 과정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대표는 스마트 실증단지를 방문해 전기차 충전 체험, 스마트 계량기 시험을 했다.

그는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 사업은 지난 3년간 시간을 다 까먹었고, 사업 예산도 급격하게 줄어들었다"며 "최근 미국 퍼시픽 노스웨스트 국립연구소(PNNL)의 연구성과를 보고왔는데, 미국은 주(州) 단위로 시범사업을 앞뒀고 제대로 검증이 되면 전국으로 확대한다고 한다.

우리보다 늦게 시작했는데 오히려 앞서가게 된 것"이라고 말해 박근혜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에 각을 세웠다.

이어 농번기 감귤농장에서 일손을 거든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이상기후로 식량생산이 급감할 가능성이 있고, 세계 인구는 70억명을 넘었다.

그런데 정부는 장기적인 식량수급계획을 세우지 않고 값싼 외국 곡물을 들여오고 있다"며 "식품산업에 4차산업혁명을 접목한다면 고부가가치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최근 여권의 대선주자들이 징병제를 모병제로 전환하자는 주장을 이슈화하는 것과 관련해선 "장기적 전략 하에서 세부적 논의가 돼야한다.

큰 그림없이 이슈마다 몰려다니는 건 '동네축구'"라고 비판했다.

안 전 대표는 "세계적으로 육군보다는 공군, 해군의 규모와 투자,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 10년 20년 뒤 군의 구조를 어떻게 바꿀지, 북한이라는 상대가 있는 특수상황에서 어떤 게 맞는지 먼저 얘기한 뒤 모병제나 무기체계 얘기가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강연에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입장이 무엇이냐'는 청중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그 문제는 사실 여러번에 걸쳐 답을 드렸다.

아마 (질문한 분이) 신문을 안 보신 것 같다는 생각이지만, 이미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추석 연휴 전날인 13일 서울 용산역을 찾아 귀성객들에게 인사하고, 연휴 첫날인 14일에는 고향인 부산에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말 국정감사가 마무리되면 전북을 방문하는 등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제주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cla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