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투자잔액 9조 육박…비중도 4.9%로 상승세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말 기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을 포함한 12개 일반 은행의 외화유가증권 투자 잔액은 약 8조8000억원으로 은행들이 운용하고 있는 전체 유가증권(은행계정 기준)의 4.9%를 차지했다. 외화유가증권은 해외 채권과 주식을 합한 것으로, 은행들은 대부분 해외 채권 위주로 외화유가증권에 투자하고 있다. 2011년 이전까지만 해도 은행이 운용하는 전체 유가증권에서 외화유가증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1% 남짓이었다. 2011년 말 1.9%, 2012년 말 2.1%, 2013년 말 2.5%로 증가했고 지난해 말 3.8%, 올 상반기 말엔 4.9%로 급상승했다. 은행들은 전체 자산의 70% 이상을 대출로 운용하고 있으며, 20%가량을 국내외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현금성 자산으로 갖고 있다.
리스크 관리가 쉬운 투자처를 선호하는 은행 특성상 주식보다는 채권, 해외보다는 국내 운용자산에 몰려 있다. 유가증권의 약 80%가 국내 국공채와 초우량 신용등급의 회사채다.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이런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얘기다. 아직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 국채에 집중돼 있지만 고금리를 노릴 수 있는 신흥국 채권으로까지 투자 영역이 넓어지는 추세다. 국내 채권에 비해 두세 배가량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올 상반기 처음으로 인도네시아 국채에 1000만달러(약 110억원)를 투자했다. KEB하나은행은 중국 은행이 발행한 글로벌 채권과 러시아 국채에 투자하고 있다. 국민은행도 지난해 말 “적극적으로 신규 해외 투자 자산을 발굴하라”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의 지시가 나온 뒤 중국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 채권 투자를 늘리고 있다.
국내 은행의 비(非)이자이익 비중은 해외 은행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총이익에서 비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15% 수준이다. 이에 비해 미국(37%) 일본(35%) 독일(26%) 등 주요국 은행은 비이자이익이 은행 수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전문가들은 각 은행이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면서 늘어난 해외 지점을 발판으로 해외 채권을 골라내는 능력도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임형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와 같은 고금리 시대를 기대하긴 어렵기 때문에 은행들도 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해외 채권 투자 비중을 점차 늘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