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 부양책 규모는 82조원으로 '4분의 1'…아베 집권 당시에 못미쳐

일본 정부가 28조1천억엔(약 309조원) 규모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놨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당장 외환시장에서 엔화 강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으며 조만간 달러당 80엔대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본의 경기부양 패키지: 효과가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내놓은 경기부양책의 실제 규모와 효과를 분석했다.

우선 28조1천억엔 가운데 실질적인 새롭게 풀리는 자금은 일부에 불과하다고 FT는 지적했다.

28조1천억엔 중 신규 재정정책에 해당하는 금액은 13조5천억 엔이지만 이 가운데 6조 엔은 '리니어 주오신칸센'(中央新幹線)의 전선(全線·도쿄-오사카 구간) 건설 등 기관산업에 투입한다.

결과적으로 7조5천억 엔(82조원)만이 실질적인 부양책 규모다.

여기서 6조2천억 엔이 중앙정부 예산이며, 이 중 4조6천억 엔은 이번 회계연도에 예산으로 배정한다.

이는 2012년 아베 집권 당시 내놓은 10조3천억엔 규모의 부양책에도 못 미친다.

우가이 히로시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일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1%, 내년에는 0.8%일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번 부양책이 "(경제성장에) 아주 약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환시장에서도 부양책 발표 이후 엔화 강세가 한층 두드러지고 있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이날 달러당 100.68엔까지 떨어져 100엔 붕괴의 우려를 키웠다.

오전 10시 33분 현재는 달러당 101.31엔에 거래되고 있다.

향후 엔화 환율이 달러당 80엔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투자은행(IB) 88곳의 올해 3분기 엔화 환율 전망치 평균값은 달러당 103엔이다.

특히 바클레이스는 올해 3분기 엔화 환율이 달러당 92엔, 연말까지는 87엔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외에도 일본 최대 은행인 미쓰비시 UFJ 금융그룹(MUFG)과 미즈호은행이 각각 연말까지 환율이 달러당 98엔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도 비관적인 관측을 내놓고 있다.

'미스터 엔'이라고 불리는 사카키바라 사다유키(신<木+神>原定征) 게이단렌(經團連·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장은 엔화가 조만간 달러당 90엔대에 진입할 것이라고 점쳤다.

사카키바라 회장은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안에, 아니면 이번 달 안에라도 달러당 100엔 선이 무너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 "100엔이 깨지면 꽤 빨리 90엔을 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미국 재무부가 달러 약세를 우려해 일본의 외환시장 개입을 용인하는 지점이 달러당 90∼95엔 선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시장관계자는 일본 NHK 방송에 "세계 경제 전망의 불투명성과 국제유가 하락세로 외환 투자자의 엔고 경계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본 외환 당국은 시장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무성 외환정책 실무책임자인 아사카와 마사츠구(淺川雅嗣) 재무관은 환율 움직임이 과도한 상태라며 시장을 면밀하게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heev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