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 후보등록 이틀 앞두고 친박계 '세결집' 시도 관측
홍문종 초청장 받아…비박계 "패거리 모임 하나" 지적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맏형'인 서청원 의원이 27일 주재하는 대규모 만찬을 정치권이 예사롭지 않은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지난주 8·9 전당대회 불출마를 전격 선언한 서 의원이 그동안 출마를 권유해온 지지그룹을 상대로 '감사의 뜻'을 표시하는 자리라는 설명이지만, 회동 시점이나 당권구도를 감안할 때 정치적 함의가 커보인다는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무엇보다도 전당대회 후보등록일을 불과 이틀 앞두고 회동이 이뤄지는 점이 주목된다.

총선 패배 책임론과 공천개입 논란으로 수세국면에 내몰린 친박계가 이번 회동을 계기로 심기일전해 '세(勢) 결집'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친박계 내부에서 승산이 뚜렷한 당권 주자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홍문종 의원이 조만간 당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어서 주목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26일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과 가까운 의원 50여 명에게 초청장을 보내 27일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만찬을 함께 하기로 했다.

초청장에서 서 의원은 "전당대회 출마와 관련해 보내주신 성원에 감사드리고, 부응하지 못함을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만찬을 주재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여권 내에서는 사실상 서 의원의 이번 만찬을 세몰이 성격으로 해석하려는 분위기가 강하다.

비록 서 의원이 친박계 후배 의원들의 당대표 출마 권유를 고사하면서 이번 전대의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측면 지원을 통해 친박계 좌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것이란 분석도 함께 나온다.

이런 맥락에서 홍 의원이 이번 회동에 참석할지 여부도 주목된다.

이미 당대표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후보들은 이번 만찬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공교롭게도 홍 의원은 아직 출마를 공식 선언하지 않아 초청장을 받았다.

만일 홍 의원이 만찬에 참석한다면 홍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자리로 해석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당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비박(비박근혜)계 홍문표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어떤 상황에서도 친박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친박 과시용 모임"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 자체가 패거리 모임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우리 당의 최다선인 의원이 이런 자리를 주선하는 것은 좀 아니지 않나 싶다"라고 비판했다.

당 지도부도 우려 섞인 시선으로 이번 회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혁신비상대책위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정책워크숍에서 계파 청산을 외치며 윤리강령도 세우고 공천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방향까지 세웠는데 이런 모임이 진행돼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대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현역 의원들을 대거 초청하는 것은 진의를 떠나 대외적으로 '계파모임'이라는 메시지로 읽힐 수 있으므로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이 같은 우려를 서 의원 측에 직간접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김영우 비대위원도 회의에서 "전대와 관련해 어떠한 계파모임이나 식사 제공자리가 있어서는 안 된다"며 "당사자인 전대 후보는 물론 계파색을 띠고 식사를 하는 모임은 계파 청산과 계파 해체를 선언했던 우리 스스로를 속이는 일"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었다.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yk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