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트럼프 대관식'에 찬물…주류의 '반트럼프' 기류 주목

미국 공화당의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당 화합이라는 난제를 안고 본선에 임하게 됐다.

본선을 앞두고 화합과 통합의 장이 돼야 할 '트럼프 대관식'이 오히려 뿌리깊은 당내 갈등을 재확인하는 분열의 장으로 전락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18일(현지시간)부터 나흘 일정으로 미국 오하이오 주(州) 클리블랜드 '퀴큰론스 아레나'에서 진행되는 공화당 전당대회는 이날 밤 경선 경쟁자였던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이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만 해도 아주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크루즈 의원이 이날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끝내 거부하면서 전당대회장의 분위기는 한 순간에 싸늘해졌다.

크루즈 의원에 대한 비난과 야유가 쏟아지면서 한동안 다소 험악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크루즈 의원은 특히 "우리는 어떤 특정 후보와 하나의 캠페인만을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다.

양심껏 투표하라"는 말로 사실상 트럼프에 대한 '비토'를 놓았다.

크루즈 의원의 트럼프 지지 거부는 경선과정에서 쌓인 앙금 등 개인적인 이유도 있지만, 더 크게 보면 트럼프에 대한 당 주류 진영의 반감을 '대리해서'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이번 전당대회에는 조지 H.W 부시(아버지 부시),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전 대통령과 경선 경쟁자였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등 부시 가문 전체와 2012년 대선후보였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2008년 대선후보 출신인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 등 당의 대주주격 인사들이 대거 불참했다.

전직 대통령과 대선 후보들이 전원 불참하는 전례 없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경선 막판까지 치열하게 경쟁했던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는 자신의 지역구에서 전당대회가 열리는데도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당 1인자인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은 전당대회 의장 자격으로 참석하고 찬조연설도 했지만 '화끈한 지지'는 보내지 않았다.

라이언 의장은 전날 15분간의 찬조연설을 민주당의 사실상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비판, 공화당의 가치 역설, 의회 다수당 유지의 중요성 등을 역설하는데 치중했을 뿐 '트럼프 필승'과 같은 구호는 일절 외치지 않았다.

트럼프의 이름도 고작 두 번만 언급했을 뿐이다.

주류가 이처럼 여전히 반감을 보이는 것은 인종·종교·여성차별 발언을 일삼는 트럼프 후보 때문에 여론이 악화되면서 자칫 공화당 전체가 망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주류 진영은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연방 상·하원의원 선거에서 패배하면서 '의회 권력'을 민주당에 내주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고 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객관적으로 트럼프 후보는 클린턴 전 장관에게 밀리는 형국이다.

'전당대회 효과' 탓인지 최근 들어 근소하게 역전을 한 여론조사가 나오긴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열세 구도다.

중도층 흡수 등 외연 확장에 앞서 당내 지지층, 즉 '집토끼'를 하나로 묶어내는 것이 절실한 상황에 처해 있다.

트럼프 후보가 당내 입지가 탄탄한 마이크 펜스를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발탁한 것도 모두 이런 이유에서다.

선거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이들 주류 진영의 지지를 끌어내느냐, 못 끌어내느냐에 따라 본선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관측을 제시하고 있다.

(클리블랜드<오하이오주>연합뉴스) 신지홍 심인성 강영두 특파원 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