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 "美도 해양법협약 비준, '암초' 지위 재고 등 나름 노력해야"

남중국해 분쟁 수역에 대한 국제중재재판소의 판결로 굴욕과 분노에 싸인 중국이 현재 건전한 결정을 내리기 힘든 상황에 부닥친 만큼 미국은 중국을 자극하기보다 중국이 곤경으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미 전문가가 강조했다.

오바마 미 행정부(1기)에서 백악관 안보담당 특별보좌관을 지낸 제프리 베이더 브루킹스연구소 중국센터 선임연구원은 13일 '남중국해 판결 이후 미-중 양국이 해야 할 일'이란 논평에서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결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한 시시비비가 명백히 가려진 만큼 미국은 무력시위 등 구태여 중국을 자극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단 미국과 당사국인 필리핀이 재판소 판결에 표정을 자제하고 있는 것은 잘한 일이며 중국 측에 건설적인 방안을 모색도록 장려하는 첫 단계라고 지적하면서 미국은 우선 중국과 필리핀 간 협상을 강력하게 지지한다는 명백한 신호를 보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중국은 미국이 필리핀의 제소를 부추겼다고 오해하고 있는 만큼 미국의 당사국간 협상 지지는 이러한 오해를 불식시켜줄 것이라면서, 미국은 재판소의 판결로 구태여 남중국해의 자유항행권을 수호해야 할 필요가 없어진 만큼 중국 측에 도발로 보일 수 있는 노골적인 역내 항행을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남중국해에 대한 미국의 군사배치나 이익이 이번 판결로 끝난 것이 아님을 명백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필리핀 외 다른 당사국이 유사한 제소를 하는 것은 이미 중국에 대해 명백한 판결이 나온 만큼 추가적인 실익이 없이 중국만 자극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베이더 연구원은 이어 미국 역시 태평양 상에 섬으로 간주하나 이번 재판소가 판시한 '암초'에 부합되는 지형물들을 갖고 있다면서 미국이 만약 이들 지형물에 대한 지위를 재고할 것이라고 선언할 경우 남중국해에 본보기를 세우는 한편 자국에 도덕적 우위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현 오바마 행정부와 차기 대선 선거팀은 미국이 아직 가입하지 않고 있는 유엔해양법협약 비준을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임을 공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은 정작 조약에 가입하지 않으면서 타국에 국제법 준수 운운하는 것은 위선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으로서는 우선 필리핀이나 다른 당사국들을 상대로 군사, 준군사 행위를 벌이지 않을 것을 천명해야 하며, 최근 나도는 스카보러 암초 요새화 계획 재고설도 번복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베이더 연구원은 강조했다.

또 필리핀에 대해 공식, 비공식 경제 제재를 가해서는 안 되며 이는 민족주의를 고조시켜 대화를 어렵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영유권을 주장하기 힘든 간출지 등에 대한 추가적인 영유권 주장을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베이더 연구원은 이른바 남해구단선은 중국을 제외하고 누구도 옹호하기 힘든 모호하면서도 과도한 해양영토권 주장의 상징이었다면서 중국은 중재재판소의 명백한 판결과 상충하는 영유권 주장을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은 이제 다른 당사국들과 재판소 판결의 핵심 원칙을 기반으로 행동수칙을 제정하는 데 주력해야 하며 이는 그들이 반대해온 재판소 판결을 직접 수락하지 않으면서 국제법 준수 의사를 표명하는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1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은 분쟁 수역의 영해권보다는 영토권에주력하는 협상에 나설 용의를 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더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이 지난해 시진핑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 시 스프래틀리 군도를 군사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약속을 이행하면서 역내 군사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군비증강에 대해 양국이 대화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록 이 협상이 뚜렷한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더라도 상호 자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합의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주변국들을 안심시키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이더 연구원은 이번 재판소의 획기적이고 대담한 판결은 더욱 진지한 국가 간 협의를 통해 해결을 도출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만약 중국의 반응이 고조된 민족주의에 휘둘릴 경우 긴장 고조의 위험을 안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yj378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