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주요 재건축단지의 아파트값이 일반 분양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전고점을 잇따라 넘어서고 있다. 한경 DB
서울 강남 주요 재건축단지의 아파트값이 일반 분양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전고점을 잇따라 넘어서고 있다. 한경 DB
“오전에 1000만원 올랐는데 오후에 또 1000만원 올라요. (서울) 개포동 재건축 아파트 대부분이 요즘 이런 식입니다. (부동산 중개를 전업으로 하는 데도)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무섭게 오르네요.”(개포동 K공인 관계자)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이 폭등세다. 수도권 대부분 지역 집값이 2006~2008년 고점에 못 미치고 있는 것과 달리 강남 재건축 단지 중에서 최고점을 돌파하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자고 나면 집값이 뛰던 1980년대 강남 개발시대를 연상시킨다는 얘기마저 나올 정도다.

작년 하반기부터 강남 재건축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일반 분양가격 급등→인근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분양가격 재상승’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12년 저점보다 3억~5억원 올라

[강남 재건축 집값 폭등] "개포 주공, 오전 1천만원·오후 또 1천만원…이런 급등세 처음"
다음달 70가구 일반 분양을 앞두고 있는 개포주공3단지(디 에이치 아너힐즈) 전용 36㎡는 최고 호가가 8억8000만원에 달한다. 연초 7억1000만원, 지난달 8억4000만원에 팔린 아파트다. 2009년 8월 기록한 역대 최고가(7억3000만원)도 훌쩍 뛰어넘었다. 2012년 말 4억5000만원까지 떨어졌던 것을 감안하면 3년6개월 만에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지난달 조합원 총회에서 재건축 청사진이 나온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용 77㎡도 13억7000만원에 거래돼 2006년 말 최고점(13억6000만원)을 돌파했다. 가장 큰 평형(전용 119㎡)을 뺀 나머지 평형은 10년 전 최고 시세를 넘었거나 육박하고 있다.

반포지역은 중대형이 많은 데도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신반포4차 전용 155㎡는 지난달 평균 매매가가 18억6000만원으로 역대 최고점인 18억5000만원(2011년 4~5월)을 넘어섰다. 2008년 말 7억9700만원이던 반포경남 전용 73㎡도 지난달 10억원에 팔렸고 현재 호가는 10억4000만원대다. 잠원동 대경공인의 이기현 소장은 “불과 1~2개월 새 1억~1억5000만원가량 올랐다”며 “지금은 나왔던 매물도 다 들어간 상태”라고 말했다.

가격상승 순환 고리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폭등은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2008~2009년 금융위기 이후 지지부진하던 재건축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새 아파트에 대한 강남 주민들의 욕구가 커졌다. 저금리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산가들이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도 배경으로 꼽힌다.

여기에다 지난해 민간 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된 뒤 ‘프리미엄 단지’를 표방하는 재건축 조합들이 분양 가격 인상 경쟁에 나선 것도 주요 이유라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 건설회사 관계자는 “1000가구 이상 대단지여도 일반 분양 물량이 적게는 몇십 가구에서 많아도 300가구 남짓에 불과하다 보니 분양가를 높여도 분양에 성공하는 분위기”라며 “기존 조합원 매물 가격도 함께 올라가고 다시 주변 재건축 단지와 일반 분양가가 따라 올라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개포지구에선 지난 3월 주공2단지(래미안 블레스티지) 일반 분양가가 3.3㎡당 평균 3760만원(최고 4495만원)에 선보였으며 이곳에서 공급될 아파트 분양 가격은 이보다 더 올라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 기간에 조합원 매물 가격도 동반 상승 중이다.

“강남권, 그들만의 리그” 지적도

강남 재건축 시장이 고액 자산가들만의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압구정동 골드웰부동산의 김종도 과장은 “경제가 안 좋다는 건 전반적인 얘기고 이 일대는 ‘그들만의 리그’가 있다”며 “매수자의 70%는 압구정에 살면서 한 채 더 사거나 자녀에게 주려고 구입하는 것이고 나머지 20~30%는 반포·대치 등 강남 다른 지역에서 오는 경우”라고 말했다. 압구정동의 경우 전용 85㎡ 매매 가격이 16억원이라면 전세보증금은 6억5000만~7억원 선이어서 전세를 끼더라도 현금이 10억원가량 있어야 매수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소득과 자산이 최상위 계층인 사람들의 시장”이라며 “예전과 달리 수도권의 다른 ‘버블 세븐’ 지역 등의 집값 상승으로 확산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문혜정/설지연/조수영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