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어겼으면 처벌 당연…경제 어려운데 과도한 수사는 자제해주길"

재계팀 = 검찰이 10일 롯데그룹의 비자금 조성 정황을 포착해 그룹 본사와 계열사 7곳, 핵심임원 자택 등을 전격 압수수색하자 재계는 향후 수사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 대우조선해양(분식회계·경영비리)을 비롯해 부영그룹(조세포탈),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미공개정보 이용 의혹), KT&G(민영화 공기업 비리) 등 대기업을 정조준한 검찰수사 소식이 잇따라 들려오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단 외에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등의 정예 요원들이 투입돼 재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기업들 사이에서는 한창 진행 중인 글로벌 프로젝트 등이 검찰 수사로 주요 CEO(최고경영자)들의 발이 묶이면서 자칫하다간 시기를 놓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흘러 나온다.

경제단체들은 공식 코멘트를 자제한 채 기업들의 경영활동에 미칠 여파 등을 파악 중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적정한 절차에 따라 수사하는 것에 대해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자칫 과도한 수사로 이어질 경우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침해하거나 경영 활동에 매진하는데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기업이 법을 어기면 당연히 처벌받아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최근 일련의 사건들 때문에 '별 잘못이 없는데 혹시 우리한테도 검찰 수사가 들어오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기업내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경기도 안 좋은 상황이어서 검찰이 이럴 때는 정말 잘못을 저지른 기업만 수사를 해야 한다"며 "표적수사나 기획수사를 자제하고 이런 분위기가 재계 전체로 확산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경제 상황이 안 좋으니만큼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에는 지장이 가지 않는 범위에서 수사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른 기업의 한 인사는 "기업 운영 측면에서 볼 때 검찰 수사라는 변수가 생기면 상당 부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이번에 수사 대상인 기업들도 반드시 수사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분위기가 저하되고 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 연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새 사업을 추진하던 롯데가 성장 동력을 잃지 않을지 안타까운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