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재정이 성장에 마이너스 요인될 우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9일 "상반기 경제 성장률은 현재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지만 문제는 하반기"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1.50%에서 1.25%로 0.25%포인트 하향 조정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하 배경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글로벌 교역 부진 정도가 생각보다 크고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그에 따른 영향으로 하반기에는 하방 위험이 클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총재의 기자간담회 일문일답.

-- 1분기 지표가 나빴음에도 그동안 금리를 내리지 않았다.

▲ 5월 내수지표 회복세가 4월보다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4~5월을 보면 2분기는 내수에서 1분기보다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상반기 경제 성장률을 2.9%로 보고 있는데, 여기에 부합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하반기다.

글로벌 교역 부진 정도가 생각보다 크고,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그에 따른 하방 위험도 클 것으로 판단한다.

6월까지 보면 국내외에서 상황이 많이 변했다.

금통위원들은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했고, 지금 움직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 그동안 금리 인하 조건으로 재정정책과 구조개혁이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 현재 저성장 추세는 구조적 요인이 상당하다.

그래서 구조개혁이 같이 가야 한다.

통화정책만으로는 안정적인 성장이 지속하기 어렵다.

올해 상반기에는 예산을 조기 집행해 재정이 성장률에 어느 정도 기여했다.

그러나 조기 집행의 폭이 상당해 하반기에는 재정이 성장에 마이너스 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재정과 구조개혁이 같이 가야 하는데 이런 정황을 고려해 이달에 먼저 움직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야 하나.

▲ 추경 편성 여부는 정부가 판단한다.

정부도 재정이 성장에 미칠 영향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통화정책만으로는 지금의 저성장과 성장잠재력 악화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 앞으로 더 금리를 내릴 여력은 있나.

▲ 우리 경제는 소규모 개방경제국가여서 자본유출 위험이나 국가신용등급을 고려할 때 주요 선진국보다는 금리가 높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준금리를 어디까지 내릴 수 있는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다만 이번에 금리를 내려 실효 하한선에 가까워진 것은 맞다.

-- 전날 정부의 구조조정 계획 발표가 금리 인하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 오늘 금리 인하 결정은 정부의 구조조정 계획과 전혀 무관하다.

금리를 결정할 때는 물가를 포함한 거시경제안정과 금융안정을 목표로 한다.

기업 구조조정을 직접 고려하지는 않는다.

다만 기업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소비와 고용, 투자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고려한다.

-- 국책은행 자본확충과 관련, 상황에 따라 한은이 수출입은행에 직접 출자하기로 했는데.
▲ 금융시스템 위험이 커지면 수은에 직접 출자하기로 했다.

한은의 주요 책무는 금융안정이다.

금융안정이라는 책무를 감당한다는 우리의 의지를 밝힌 것이다.

수은에 직접 출자할 것인지 판단은 금통위가 할 것이다.

이번 발표를 보면 국책은행 자본확충은 재정이 선도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정부가 분명히 밝혔다.

정부가 진정성 보여줬다고 본다.

-- 금리 인하로 자본유출 가능성이 커졌다.

▲ 금리를 내릴 때는 가계부채 증가와 자본유출 위험이라는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가계부채는 거시건전성 정책으로 대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한다.

자본유출 가능성도 늘 우려한다.

그러나 경제기초여건이나 국내 은행 외환 건전성,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의 통화 완화정책 등을 고려하면 금리를 내려도 급속한 자본유출이 우려되는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 가계부채는 증가세다.

▲ 가계부채도 고려한다.

다만 상황에 따라 우선순위가 달라질 수 있다.

최근 가계대출을 보면 은행보다는 비은행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

하반기에는 비은행권 가계대출 관리가 강화될 것으로 알고 있어 증가세는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

금리를 내린 만큼 가계부채에 더 유념하겠다.

-- 세계 경제 상황은 어떻게 판단하나.

▲ 세계 경제는 미국을 제외하고는 주요 선진국의 경기회복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3년간 큰 폭의 통화 확장 정책을 이어가고 있지만 조금씩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이 그나마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세계 경제 회복세를 견인하기에는 기대에 못 미친다고 생각한다.

--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는 언제로 전망하나.

▲ 금리 인상 시기가 다소 지연되리라는 것이 시장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5월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매우 부진했다.

그러나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이번 고용지표 부진을 일시적이라고 언급했다.

미국 경제전망도 긍정요소가 더 많다고 했다.

종합해보면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가 그렇게 멀지는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가능성은?
▲ 전문가 의견이나 최근 설문조사를 보면 브렉시트 가능성이 잔류 가능성보다 크지는 않다.

그러나 브렉시트가 실현되면 그 영향력이 적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금융시장에서 잔류할 것으로 가격에 반영돼 있어서다.

영국이 국제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영향력도 커 충격이 있을 것이다.

다만 이 영향은 금융시장에 국한될 것으로 전망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실물에도 영향이 가겠지만, 일시적으로는 금융시장으로 제한될 것으로 본다.

영국에서도 이를 대비해 다각적으로 준비하고 있어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한다.

--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상하이에도 생긴다.

▲ 상하이에도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생기면 해외에서도 비거주자가 원화를 거래할 수 있게 된다.

원화의 국제적 활용도 제고에 첫발을 내딛는 것이다.

또 국내 기업이 중국과 거래할 때 원화결제가 가능해져 환율 위험이 줄어들고 환전수수료 절감 효과도 볼 수 있다.

-- 이번 금통위를 앞두고 언제 처음 기준금리 인하를 생각했나.

▲ 지난 주말이다.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laecor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