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 스캔들·트럼프대학 사기소송 거론하며 상호 비난전

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와 민주당의 대선 선두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입대결'이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다.

양당 모두 공식으로 경선 절차를 마무리하지 않은 상태이지만 이미 본선 국면의 한복판에 와 있는 듯한 공방의 열기가 느껴지고 있다.

트럼프는 3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레딩에서 선거유세를 하면서 클린턴이 국무장관 재직 시절 개인 이메일로 공무를 처리한 '이메일 스캔들'을 거론하며 "클린턴은 도둑(thief)"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클린턴이 국가안보에 끼친 해를 감안하면 감옥에 처넣어야 한다"며 "클린턴은 정부 이메일 서버를 이용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이어 "클린턴은 검찰에 기소를 당하는 것이 두려워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아첨하고 있고 정책에도 동의하고 있는 것"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을 화나지 않게 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만일 클린턴이 집권한다면 이 나라는 망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대선출마 이후부터 '막말'을 서슴지 않아온 트럼프는 '부정직한 힐러리'(Crooked Hillary) '무능한 힐러리'(Incompetent Hillary)라는 조어를 만들어내 클린턴을 공격해왔다.

이에 대해 클린턴은 같은날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에서 열린 선거유세에서 "우리는 대통령을 뽑는 것이지 독재자를 뽑으려는게 아니다"라며 트럼프를 '독재자'(dictator)라고 비난했다.

이는 트럼프가 트럼프대학 사기 의혹과 관련한 소송사건을 심리 중인 샌디에이고 연방법원의 멕시코계 연방판사인 곤살레스 쿠리엘을 비난한 것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클린턴은 "트럼프의 전체 선거캠페인은 이민자들을 폄하하는데 맞춰져 있다"며 "그러나 트럼프의 조상을 비롯해 모든 이민자는 어떤 사정에 의해 이 곳에 온 것이다.

트럼프의 말은 결국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한 정치적 곡예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앞서 클린턴은 지난 2일 샌디에이고에서 첫 외교정책 연설을 하는 자리에서 트럼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등 해외의 독재자들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클린턴의 '트럼프 때리기'에는 경선 전략도 녹아 있다.

트럼프와 맞대결하는 본선 구도를 가시화함으로써 캘리포이나주 경선(7일)을 앞두고 맹렬한 추격전을 펴고 있는 당내 경선후보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의 기세를 꺾어으려는 전략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워싱턴연합뉴스) 노효동 특파원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