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62% "파업 지지"…원전 노동자 파업 가세에도 전력난 없을 듯
발스 총리 "노동법 개정안 철회 안해…수정은 가능" 여지 남겨
벨기에 철도노조도 근로 여건 개선 요구 전날 파업 돌입


프랑스에서 정부의 친기업 노동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노동조합 파업이 26일(현지시간)로 8일째 계속됐다.

정유공장 파업과 봉쇄에 더해 이날 원자력 발전소 노동자들도 파업 대열에 가담하면서 전력난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또 항공·철도 운행이 파업으로 차질을 빚었고 고속도로와 다리, 터널 등도 시위대가 막아서면서 교통 혼란이 가중됐다.

정부는 노동법 개정안 철회는 없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지만, 수정은 할 수 있다고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이웃 나라인 벨기에에서도 철도노조가 근무여건 개선을 요구하며 전날 밤 파업을 단행했다.

벨기에에서는 지난 24일 정부의 긴축 정책과 노동 개혁에 반대하는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프랑스 19개 전 원전 노동자 파업 가담…전력난 없을 듯
프랑스 최대 노동조합인 노동총동맹(CGT)은 프랑스 내 19개 모든 원자력 발전소의 노조가 이날 노동법 개정반대 파업에 동참했다고 밝혔다고 현지 일간지 르피가로가 보도했다.

프랑스는 19곳의 원전에 58기의 원자로를 운영하고 있으며 원전은 전체 전력생산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노동법 개정에 반발해 정유공장 8곳 중 6곳이 가동을 중단했으며 정유공장과 석유 저장소에 대한 시위대의 봉쇄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원전 노조 파업에도 단전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송전망 업체인 RTE는 "오늘 전기 공급에 문제가 없었다"면서 "다만 원전 노조 파업으로 전력생산 능력이 최소 4GW(기가와트) 줄었다"고 밝혔다.

4GW는 프랑스 총 전력생산 능력의 6%에 해당한다.

전력 전문가들은 원전 근로자 파업의 경우 각종 규제를 받고 있어 전력생산에 차질이 없고 인근 국가로부터 전력 수입도 가능해 대규모 정전 등 최악의 상황은 나타나지 않으리라고 예상했다.

며칠째 이어진 정유공장 봉쇄와 파업으로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정유공장 봉쇄에 이어 서북부 르아브르 항에서는 이날 항만 노동자들이 원유 하역장을 봉쇄했다.

또 수천 명의 항만 노동자는 르아브르 시청 앞 광장에서 연막탄을 터뜨리며 노동법 개정안 철회를 요구했다.

프랑스석유산업협회(UFIP)는 전국 1만1천500개 가운데 약 20%에 해당하는 주유소에서 기름이 바닥났거나 일부 종류의 기름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집계했다.

알랭 비달리 교통장관은 "수도권 주유소에서는 40%가량이 기름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석유 수급 차질이 심해지지 않도록 비상시를 위해 저장해둔 전략 비축유를 풀기 시작해 총 115일분의 비축유 가운데 사흘 치를 이미 썼다고 전날 밝혔다.

에너지 부문뿐 아니라 항공, 철도 등 수송 부문도 파업으로 정상 운행에 차질이 빚어졌다.

프랑스 국영철도(SNCF) 기관사 노조가 전날 파업을 벌여 고속철도 TGV 열차 편의 25% 운행이 취소됐다.

SNCF 노조는 이날도 파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또 파업으로 이날 항공편 15%가량이 취소될 것이라고 항공 당국이 밝혔다.

CGT는 노동법 개정안 철회와 임금 협상을 요구하면서 다음 달 2일부터 수도권에서 운송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파리 등 주요 도시에서는 노동법 개정 반대 행진이 펼쳐졌으며 복면을 쓴 일부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기도 했다.

◇발스 총리 "노동법 개정안 철회 불가, 수정 가능"…시민 62% "정유공장 봉쇄 정당하다"
발스 총리는 이번 파업을 주도하는 CGT에 대해 전날 "CGT가 프랑스를 다스리지 않는다.

CGT가 법을 강제하지 못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프랑스 정부는 경찰을 투입해 정유공장 8곳 중 2곳에서 시설을 봉쇄한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최루탄과 물대포를 발사하는 경찰에 맞서 노조원들은 타이어와 장비에 불을 질러 격렬하게 저항, 양측에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비달리 교통장관은 "경찰을 투입해 정유공장과 석유 저장소를 봉쇄한 시위대를 계속 해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까지 노조를 비판하는 강경 발언을 이어온 발스 총리는 이날 오전 TV에 출연해서는 노동법 개정안 수정이 가능하다면서 대화의 문을 열었다.

그는 "법안을 철회하는 것은 통치할 수 없게 되는 것"이라면서 "법안 핵심을 철회할 수 없지만, 일부를 수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일각에서 개별 기업 차원에서 근로시간 등을 조절하고 초과 근무 수당을 현행보다 낮춘 노동법 개정안 2조를 양보하자는 의견이 제기됐으나 발스 총리는 이 조항은 핵심이라면서 양보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필리프 마르티네즈 CGT 위원장은 "정부가 협상을 거부하는 이상 파업이 확산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가 10%나 되는 높은 실업률을 낮추고자 근로시간을 늘리고 해고요건을 완화하는 친기업 노동법 개정안을 강행하자 노조가 이에 반발하면서 프랑스에서는 지난 3월 이후 파업과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시민은 최근 정유공장 봉쇄 등으로 인한 주유난으로 불편을 겪고 있지만, 정유공장을 봉쇄한 시위대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라디오 RTL은 여론조사 결과 시민 62%가 "정유공장 봉쇄가 정당하다"고 대답했으며 "정당하지 않다"는 응답자는 38%에 그쳤다고 이날 보도했다.

◇벨기에 철도노조 또 파업…근무여건 개선 요구
사회당 계열의 벨기에 철도노조(CGSP)는 전날 밤부터 근무여건 개선을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미셸 압디시 CGSP 위원장은 주요 철도역이 봉쇄될 것이며 정비시설도 가동이 중단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벨기에 벨가 통신이 전했다.

이번 파업으로 이날 아침부터 남부 왈롱 지역의 열차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북부 플랑드르 지역에서는 일부 연결편 운행이 차질을 빚었으나 대부분 정상 운행됐다.

벨기에에서는 지난 24일 3대 노조원 6만여 명이 브뤼셀에서 정부의 긴축 정책과 노동 개혁에 반대하는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당시 복면을 쓴 100여 명의 시위대가 시위행진을 이탈해 경찰을 향해 물건을 던지고 폭죽을 터트리는 등 과격 양상을 보이자 경찰은 물대포를 쏘며 과격 행위자 수십 명을 체포하는 등 강경 진압에 나섰다.

샤를 미셸 총리가 이끄는 벨기에의 중도우파 연립정부는 유럽연합(EU)의 재정적자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연금 지급연령 상향 조정, 임금 동결 등의 긴축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벨기에 노동단체들은 정부의 긴축 정책에 반대해 릴레이 시위와 파업을 벌이고 있다.

철도노조는 지난해 10월 두 차례에 걸쳐 한시적 파업을 단행한 데 이어 지난 1월 48시간 파업을 단행한 바 있다.

벨기에 노조는 공정한 세제를 도입하고 재정 지출을 합리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노동시간을 주당 45시간까지 늘릴 수 있도록 노동시간 유연화 등을 추진하는 정부의 노동 개혁에도 반대하고 있다.

벨기에 공공부문 노조는 오는 31일 전국적인 파업을 단행할 계획이다.

또 다음 달 24일에는 사회당 계열 노조가 총파업을 벌일 것이라고 예고했다.

(브뤼셀·파리연합뉴스) 송병승 박성진 특파원 sungjin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