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상대소송 첫 재판…법원, 강씨 7월 출석 결정

'유서대필 사건'으로 누명을 쓰고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가 24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은 강기훈(52)씨가 자신이 겪은 검찰의 불법 수사·구금 실태를 법정에서 다시 증언한다.

강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첫 재판에서 정부가 "강씨에 대한 불법 행위는 없었다"며 배상 책임을 부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강씨는 암 투병 중이라 그간 외부 접촉을 삼가왔으나 법정에 직접 나오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7부(고연금 부장판사)는 10일 강씨와 가족이 정부 등을 상대로 낸 3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첫 재판을 열고 강씨를 7월 열리는 다음 재판에 불러 신문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오래된 일이지만 과거 수사와 재판 등이 잘못됐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인 만큼 본인을 불러 이야기를 들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씨는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동료였던 김기설씨가 1991년 5월 노태우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분신했을 때 유서를 대신 써주고 자살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돼 1992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형을 확정받고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이 과정에서 수사기관은 강씨에게 가혹행위를 하고 증거를 조작하고, 가족에게도 위법 수사를 했다.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유서의 필체가 강씨의 것이 아니라고 밝혔고 강씨는 재심을 청구한 끝에 24년만인 지난해 5월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정부는 이날 재판에서 "수사·재판 과정에서 강씨에 대한 가혹행위는 없었다"며 정부가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강씨가 함께 소송을 제기한 당시 수사검사들과 필적감정인 측 역시 불법 감금 등이 없었으며 오히려 손해배상 청구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강씨 소송대리인은 "무죄 판결에서 국가가 고의와 과실로 불법행위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이는 단순히 형사보상으로 보상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강씨 본인은 사망한 부모의 배상액 상속분을 포함해 총 20억원을 청구했으며 강씨의 배우자와 자녀, 형제 등 원고 전체의 손해배상 청구액은 31억원이다.

다음 재판은 7월14일 오후 2시30분에 열린다.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bang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