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젤Ⅲ·부실기업 구조조정' 이슈 선제적 대응차원

은행들의 코코 본드(CoCo bond) 발행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코코본드(Contingent Convertible bond)는 유사시 투자 원금이 주식으로 강제 전환되거나 상각되는 조건을 붙여 발행하는 자본증권의 일종이다.

만기가 되면 갚아야 하는 부채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조건부자본증권으로 불린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일반 채권보다 금리가 높아 부담이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지만 유용한 자본확충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을 시작으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차례로 코코본드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이달 중 7천억원, 신한은행은 내달 1일 3천억원어치를 발행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올 3월 10년 만기인 5억 달러 규모의 해외 코코본드를 내놓은 지 두 달 만의 발행이다.

우리은행은 3월 2천500억원어치를 발행한 데 이어 올 하반기 추가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규모는 정하지 않았다.

올 3월에는 광주은행과 전북은행도 각각 700억원, 800억원 규모의 코코본드를 찍어냈다.

또 IBK기업은행은 지난달 4천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코코본드 발행에 나서는 것은 한층 강화된 국제은행 자본규제 기준인 바젤Ⅲ와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자본확충 필요성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2013년 바젤Ⅲ가 국내에 도입되면서 바젤Ⅱ에 맞춰 발행된 기존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권은 매년 10%씩 은행의 자본인정 한도에서 빠지고 있다.

따라서 은행들은 가만히 있어도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비율인 BIS 비율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기발행된 후순위채권의 자본인정 비율 하락에 대비해 이번 코코본드 발행에 나서는 것"이라며 "정부가 검토 중인 자본확충과는 별개로 추진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기업의 구조조정 규모에 맞춘 정부의 향후 자본확충 계획에 따라 코코본드 추가 발행이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도 "구조조정 이슈도 있긴 하지만 과거 발행한 후순위채권의 자본인정비율이 차감돼 우선적으로 BIS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코코본드를 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코코본드 발행 배경에는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으로 충당금을 더 많이 쌓게된 은행들의 자본확충 목적도 깔려 있다.

김정현 한국기업평가[34950] 연구원은 "은행들이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여신 건전성 재분류를 하면서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하는 상황이 오고 있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잉여금을 줄이고 BIS 비율 하락을 가져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최근 보고서에서 대우조선해양·한진중공업·현대상선·한진해운·창명해운 등 5개 조선·해운사에 빌려준 자금을 부실 대출로 분류할 경우 은행권이 추가로 쌓아야 할 충당금 규모가 최대 8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은행들의 코코본드 발행 러시는 기업 구조조정과 바젤Ⅲ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며 "특히 국책은행은 구조조정 이슈로 코코본드 발행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정 기자 khj9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