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 대비 행보…"두서없는 공약에 공화당과 불화 가중" 분석도

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로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가 8일(현지시간) 부자증세와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며 이전과 180도 달라진 입장을 나타냈다.

트럼프는 이날 방영된 N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내세운 세금 공약이 타협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솔직히 부자들의 세금을 올리고 중산층과 기업, 모든 (일반) 사람들에 대한 세금은 낮춰야 한다"면서 "그러나 내가 환상을 가진 것이 아니며 내 제안이 최종적인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민주당원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타협을 원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그동안 부자에 대한 감세를 주장했다.

그는 소득 최상위 계층의 세율을 39.6%에서 25%로 대폭 인하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트럼프는 ABC뉴스의 프로그램 '이번 주'(This Week)에서도 세금 공약의 수정을 언급했다.

그는 "다른 계획(세금 공약)이 될 것"이라며 "내 계획은 (부자들에 대한) 세율을 낮추는 것이었는데 세율이 올라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저 시급 인상과 관련해서도 바뀐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는 "사람들이 어떻게 시간당 7.25달러(8천377원)로 살 수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최저 시급이 어느 정도 올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최저 시급 인상은 연방정부보다는) 주 정부가 결정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그동안 당 경선 과정에서 최저 시급이 너무 높다며 인상에 반대했다.

그는 이 같은 입장 번복에 대해 "경선 과정에서 미 전역의 많은 노동자 계층과 얘기를 나눴고 그들의 실상을 목도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의 입장 변화를 두고 일각에선 본선에 대비해 공약 수정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의 사실상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현재 최저 시급 15달러(약 1만7천332원) 인상안까지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클린턴 전 장관은 애초 12달러 인상안을 공약으로 제시했으나 당내 경쟁자인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의 돌풍이 거세게 불면의 그의 15달러 인상안을 수용한 상태다.

트럼프의 공약 수정 움직임은 본선에서 캐스팅보트를 쥘 중산층 등을 겨냥한 특정 공약에만 한정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실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반대를 골자로 한 보호무역 기조나 유럽과 아시아 동맹의 방위비 부담금 대폭 증액 등은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따라 더욱더 강경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락가락하는 트럼프의 공약이 공화당과의 갈등을 더욱 심하게 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트럼프가 세금과 최저임금 등 주요 경제 공약에서 유턴을 했다"며 트럼프의 두서없는 정책이 그를 내켜 하지 않는 공화당과의 불화를 더욱 조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