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가 올 임금협상에서 승진거부권을 요구할 것이라고 한다. 일반·연구직원에게 회사의 과장 승진 발령을 거부하고 대리로 남을 수 있는 선택권을 달라는 것이다. 이 회사의 일반직과 연구직 근로자들은 과장으로 승진하면 노조 가입자격이 없어진다. 전 직원을 조합원 자격이 평생 부여되는 생산직처럼 만들고 싶은 모양이다.

황당한 요구다. 대부분의 직장인이 고단한 일상을 버텨내며 승진을 꿈꾸는 것과 너무 대조적이다. 해도 너무한다. 그만큼 현대차의 인사·보상시스템상 조합원에게 주어지는 비대칭적인 대우가 승진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판단일 것이다. 현대차 노조원은 웬만하면 정년을 보장받는다. 직원 연봉도 평균 9600만원으로 국내 최고 수준이다. 승진을 못 해도 호봉승급만으로 억대 연봉자 반열에 오를 수 있게 돼 있다. 더구나 조합원으로 계속 남아 있으면 연봉제 적용을 받지 않아 5단계 인사고과의 압박도 피해갈 수 있다고 한다.

인재를 키워내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일은 기업경영의 핵심이자 고유권한이다. 직원을 평가하고 성과에 맞는 적절한 보상체계를 갖지 못한다면 ‘이윤 추구’라는 주식회사의 본질적인 목표를 무엇으로 달성할 것인가. 현대차 노조의 이번 요구는 자신들의 이해가 걸리면 어떤 비상식도 힘으로 밀어붙이는 소위 ‘귀족노조’의 속성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 높은 연봉의 편한 일자리를 대물림하는 ‘현대판 음서제’로 고용시장을 왜곡시키는 것도 모자라 승진을 거부하며 회사의 인사권까지 침해하고 있다.

머리띠를 맬 때도 최소한의 상식과 품격은 있어야 한다. 오죽하면 ‘노조가 미워서 현대차 안 산다’는 말까지 들리는 게 현실이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과보호받고 있다는 것을 이렇게 과시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