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sight]  핀터레스트 창업 CEO 벤 실버맨, 곤충·우표 수집에 꽂힌 소년…이미지 수집 서비스로 대박
“당신이 수집하는 것이 당신이 누군지를 알려주지요.”

핀터레스트는 이미지를 수집하는 온라인 서비스다. 세계에서 1억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핀(pin)’과 ‘관심사(interest)’를 묶어서 이름으로 삼았듯이, 저장해 두고 싶은 이미지를 클릭 하나로 계정에 저장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마치 회사 파티션이나 집의 냉장고 핀보드에 예쁜 사진과 가고 싶은 여행지 사진, 음식 조리법 메모를 꽂아 두듯이 온라인에 자기만의 핀보드를 구성할 수 있다.

핀터레스트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이어 세계 3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꼽히기도 하는데, 막상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벤 실버맨(34)은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SNS로 분류되고 싶지 않다”며 “핀터레스트는 구글과 경쟁하는 회사”라고 말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핀터레스트 사이트는 사람에 대한 정보를 찾는 곳이 아니라 사물에 대한 정보를 찾는 곳이기 때문”이다.

“구글에서 크게 생각하는 법 배워”

실버맨은 곤충을 수집하는 것을 좋아하던 소년이었다. 우표와 낙엽 같은 것도 모았다. 그리고 사실 그뿐이었다. 그가 곧바로 핀터레스트로 직행한 것은 아니다.

그가 미국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콘퍼런스에서 한 인터뷰에 따르면 미국 아이오와에서 태어난 실버맨의 부모님은 의사였다. 그 역시 부모님을 따라 의대에 진학했다. 졸업 후엔 2003년부터 워싱턴DC에서 컨설턴트로 일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생각하기에 매우 우스꽝스러운 이름이었던) ‘테크크런치’라는 정보기술(IT) 관련 블로그를 접하고 큰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실버맨은 엄청난 속도로 바뀌고 있는 IT 업계에 몸담기로 하고 2006년 구글에 입사했다. 공대 출신이 아니었던 그는 광고를 배치하는 등 구글 제품을 디자인하는 부서에서 일하게 됐다.

“구글은 제일 멋진 곳이죠. 사람들은 똑똑하고, 진짜 재밌는 것을 하죠. 나는 그 안에서 아주 작은 것이라도 기여할 수 있게 된 것을 행운이라고 여겼어요.”

하지만 그는 거기서 만족하고 안주하지 않았다. 두 가지를 얻어서 나왔다고 했다. 하나는 ‘크게 생각하는 법’을 익힌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굉장한 물건을 만드는 사람들을 알게 된 것’이었다. 그는 구글에선 뭐든지 대담하게 생각하곤 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세상의 모든 거리를 사진으로 찍자(구글맵스), 그런 생각을 (구글 밖의) 사람들은 한 적이 없어요.”

초기 이용자 5000명 직접 연락

약 3년 만에 그는 구글을 그만뒀다. 하고 싶은 게 있었지만 기술자가 아니라서 구현할 방법을 몰랐다. 몇 달간 쉬면서 그는 대학 친구 폴 시에라와 연락해서 이런저런 궁리를 했다. 그리고 아이폰 앱(응용프로그램)을 출시했다. 실패했다. 애플 앱스토어에서 받아주지도 않았고 소비자 호응도 없었다.

9개월이 지나서 2010년 선보인 것이 핀터레스트다. 시작하자마자 대박을 내는 종류의 서비스는 아니었다. 1만명 정도가 가입했고, 대부분 드문드문 이용했다. 실버맨은 “200명의 친구에게 핀터레스트 링크를 보냈는데 그중 100명만 이메일을 열어본 것 같았어요. 거의 재앙에 가까울 정도로 적은 수였죠.” 그러나 그는 좌절하지 않고 캘리포니아의 구글 사람들과 고향 아이오와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메일을 계속 날렸다. 이 중 일부는 고정팬이 돼 핀터레스트가 자리잡는 데 도움을 줬다.

실버맨은 초기 이용자 5000명에게 일일이 개인적으로 연락했다. 자기 휴대폰 번호를 알려주고, 지속적으로 접촉하려고 노력했다. 힘들었던 초기에 어떻게 버텼냐는 질문에 그는 “창피해서 망했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구글에 처음 입사할 때도 엄청 어렵게 들어갔는데, 다시 받아줄 것 같지도 않았다”고 했다.

핀터레스트가 대박을 내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몇 년 지나서다. 남자들끼리 만든 사이트였지만 여성들이 진가를 알아봤다. 사진을 수집하고 저장하는 기능은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신부들이 웨딩드레스 사진을 저장하고 친구에게 ‘이거 어떠냐’고 물어보기에 적격이었다. 예쁜 헤어스타일을 만드는 법이나, 맛있는 음식의 조리법, 쇼핑몰에 올라온 멋진 옷 같은 것을 저장하고 공유하기에도 적합했다.

맞춤형 광고 적합…순식간에 억만장자로

핀터레스트의 기업가치는 110억달러(약 12조6000억원)에 이른다. 미국 인터넷 사용자의 3분의 1가량은 핀터레스트 회원이다. 핀터레스트가 광고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 핀터레스트에는 ‘광고를 내겠다’는 요구가 들어왔다. 핀터레스트에 이미지를 저장하는 행위는 곧 해당 물건이나 관련 제품을 사기 전 단계나 다름없다. 광고주로서는 이처럼 확실한 잠재 소비자를 확보할 방법을 찾기도 쉽지 않다.

구글의 광고 담당자답게, 그는 광고시장의 속성을 잘 이해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그는 본격적으로 광고사업을 개시했고 세계 각국에서도 같은 서비스를 할 계획이다. 핀터레스트에 대한 투자업계 관심은 뜨겁다. 피델리티, 일본 라쿠텐,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인 SV에인절 등이 총 13억달러를 이 회사에 투자했다. 이제 막 수익을 내기 시작한 회사에 이만한 관심이 쏠리는 것은 드문 일이다.

실버맨 역시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포브스의 집계에 따르면 그의 자산은 약 16억달러(약 1조83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그는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 눈치다. 그는 FT와의 인터뷰에서 돈을 쓰고 싶은 데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오랫동안 망설인 뒤 “카메라를 하나 사고 싶다”며 “사진을 정말 사랑하는데 사실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다”고 했다.

FT는 그가 경영자로서 회사 얘기를 하는 것보다 자신이 준비하고 있는 행사 이야기를 할 때 더 눈이 빛나더라고 전했다. 아직 34세의 청년다운 일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