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인 넷플릭스는 1997년 미국에서 비디오 대여점으로 출발했다. 우편으로 DVD 영화를 빌려주는 게 주 사업이었다.

당시 미국 비디오 대여 사업의 최강자는 블록버스터였다. 블록버스터는 2004년 9000개가 넘는 대여점을 거느렸다. 블록버스터와의 오프라인 경쟁에선 가망이 없다고 판단한 넷플릭스는 온라인에 집중하는 전략을 폈다. 2007년 파일을 내려받지 않고 실시간으로 영화 드라마를 즐기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내놨다. 월 1만원에 무제한으로 영화와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상품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기업사활 가르는 '디지털 빅뱅'] 빅데이터로 소비자 '취향저격'…넷플릭스·스타벅스 '질주'
드라마 제작에도 빅데이터 활용

넷플릭스는 서비스 초기부터 정교한 빅데이터 분석과 예측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플렉스 파일’이란 프로그램으로 가입자 한 명을 확보하는 데 드는 비용과 새 가입자가 회사에 기여할 가치 등을 계산했다.

넷플릭스는 처음으로 자체 제작한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에 빅데이터 분석을 반영했다. 가입자의 콘텐츠 선호도와 일시정지·되감기 등 재생 기록, 검색 기록, 위치·이용 단말기 정보, 주중·주말 시청 행태 등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감독과 배우를 섭외하고 스토리를 전개했다.

이 드라마 인기 덕분에 넷플릭스는 한 분기 만에 신규 가입자를 300만명 늘렸다. 넷플릭스는 세계 190여개국에 7500여만명의 가입자를 둔 회사로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은 67억7951만달러로 2012년 36억930만달러에 비해 두 배가량으로 늘었다. 반면 블록버스터는 2011년 약 14억6000만달러의 빚을 지고 파산했다.

세계 최대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도 ‘마이 스타벅스 리워드’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600만명의 소비자 정보를 수집, 활용하고 있다. 62개국에서 2만여개 매장을 운영 중인 스타벅스는 빅데이터 분석으로 매장에서 차를 마시는 사람 중 약 50%가 설탕을 넣지 않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스타벅스는 블랙 아이스 커피를 설탕을 첨가한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으로 구분하는 등 메뉴를 세분화했다. 지난해 스타벅스는 포화 상태에 이른 커피 전문점 시장에서 전년보다 16.5% 증가한 191억60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빅데이터로 영역 파괴되는데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주행 자동차에서 수집한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회사를 미국에 설립했다. 개별 운전자의 주행 방식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는 자동차 보험을 염두에 둔 투자다. 정보기술(IT)업계는 도요타가 빅데이터를 활용해 사업 영역을 자동차 제조 위주에서 보험업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 빅데이터 산업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산업 현장마다 데이터 생산 및 수집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데다 개인정보 보호 등 각종 규제로 데이터 활용 자체가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빅데이터가 상대적으로 많은 카드회사가 대표적이다. 카드사가 자동차 결제정보를 활용해 자동차회사에 컨설팅해주거나 공동 마케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결제정보는 개인정보에 해당해 자동차회사에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빅데이터 전문가들은 2012년 전후 터져나온 개인정보 유출사건, 해킹 등의 여파로 국내에선 개인정보 보호 목소리가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에서 미국의 빅데이터 산업이 가장 발달한 것은 2012년 빅데이터 활용 지침을 명확히 한 덕분”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금이라도 암호화, 비식별화 등으로 처리된 개인정보는 여러 분야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