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여다야(多與多野) 구도 속 지역정당 지지했던 표심 향배 촉각
안희정 사람들 선전 여부·리턴매치 등 관심

충청권 표심은 과거 중요한 선거마다 전체 승패의 가늠자(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

여야를 번갈아 가며 지지하는 변화무쌍한 표심을 보이면서 실리에 기반한 전략적 투표를 하는 점도 충청 유권자의 특징으로 분류돼 왔다.

영남과 호남을 텃밭으로 하는 여야 정당 구도에서 20석도 되지 않는 대전·충남 민심의 향배에 관심이 높은 이유다.

전문가들은 충남지역 20대 총선 최대 관전 포인트로 역대 선거에서 지역 정당을 지지했던 표심의 향배를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신민주공화당-자유민주연합-자유선진당으로 이어진 지역 정당이 사라진 상황에서 치러지는 첫 총선인 만큼 그동안 지역정당을 지지했던 20∼30%에 달하는 민심의 향배가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소선거구제가 부활한 1988년 13대 총선에서 김종필(JP) 전 총리가 주도한 신민주공화당이 충남 18석 가운데 13석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한데 이어 15대 총선을 앞두고 창당한 자유민주연합은 한 곳을 제외하고 충남 모든 선거구에서 승리했다.

18대 총선에서는 자유선진당이 충남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 10석 가운데 8석을 차지하기도 했다.

현재는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7석과 3석을 차지하고 있다.

2012년 12월 18대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4석)과 자유선진당 후신 선진통일당(3석)이 합당하면서 새누리당 우위 구도가 만들어졌다.

반면 지역 정당이 사라진 뒤 처음 치러진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더민주 전신인 새정치연합 간판을 달고 나온 안희정 충남지사가 52.2%를 얻으며 재선에 성공했다.

이번 총선의 표심이 여야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로 꼽히는 이유다.

여기에 인구 증가로 충남의 몸집이 4년 전 10석에서 11석으로 증가함에 따라 이번 총선은 물론 내년 12월 실시되는 19대 대선 판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충남에는 지역 정당에 대한 향수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며 "새누리당과 자유선진당의 화학적 결합이 잘 이뤄지면 새누리당이 승리하고, 그렇지 않으면 더민주가 유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로 치러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다여다야(多與多野)' 구도로 선거가 진행된다는 점도 충남 선거의 특징이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더민주·국민의당·정의당 등이 야권 후보 단일화 문제로 충돌하고 있지만, 충남은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의 무소속 출마로 한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있다.

서산·태안에서는 성일종·김제식 예비후보와 삼각 경쟁 구도를 이루던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무소속으로 등록했고, 홍성·예산에서도 새누리당 홍문표 의원의 단수 공천에 반발한 양희권 페리카나 회장이 무소속 출마를 결행했다.

두 지역 모두 여당 강세 지역으로 분류돼 지지층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새누리당의 고전이 예상된다.

안희정 충남지사의 측근들로 불리는 이른바 '안희정 사람들'의 선전 여부도 관심이다.

여의도 입성을 노리는 안희정 사람들은 김종민(논산·계룡·금산) 전 충남도 정무부지사, 나소열(보령·서천) 전 서천군수, 박수현(공주·부여·청양) 국회의원 등이다.

이들은 안 지사와 함께 찍은 현수막을 내걸거나 안 지사의 얼굴이 들어간 명함 등을 돌리는 등 '안희정 마케팅'으로 표밭을 누비고 있다.

하지만 경쟁자가 만만치 않아 이들이 모두 살아 돌아올지는 의문이다.

김종민 전 부지사는 7선 고지를 노리는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의원과 리턴매치를 벌이고, 나소열 전 군수는 친박계 행동대장 격인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과 격전을 벌여야 한다.

박수현 의원도 국회 사무총장을 지낸 정진석 전 의원과 진검승부를 벌인다.

지역 정가의 한 인사는 "충남 총선의 승부는 역대 선거에서 지역정당에게 준 표심을 누가 가져오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여야 모두 충남도민의 정서에 맞는 접근을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jk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