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의 주 관심사는 아무래도 건강과 장수에 대한 소망이리라. 몸에 좋다는 음식을 찾아 영양가 있는 식단을 준비하고, 맛집 순례에 이어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고, 피부과에서 검버섯을 제거하거나 주름살을 펴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는 평을 들으면 왠지 모를 뿌듯함이 밀려온다.
외형의 건강한 삶 못지않게 내면의 채움 또한 중요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사회에서 인생의 가장 뜨거운 시기를 보내고 난 뒤, 스스로를 아웃사이더로 여기는 사람을 많이 접한다. 이들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을 잃고, 배움의 의지도 쉽게 포기한다.
반면 나이와 반비례하는 듯한 강한 의지로 각종 자격증 취득과 더불어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는 사람들도 만난다. ‘인생의 겨울’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숭고한 작업에 절로 고개가 숙여지곤 한다.
필자의 모친 역시 과거 어렵던 시절 배움에 이르지 못한 것을 매우 애석해 하셨다. 이제는 틈만 나면 무엇이든 배우고자 하는 열의를 보이신다. 노모가 밤늦은 시간까지 영어책을 읽고 몰입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인생의 봄날’이 새로이 열려 화려한 꽃이 만개하는 그림이 겹쳐 보인다.
필자의 한 선배는 나이가 80대인데, ‘적자생존’(기억력이 떨어지니 메모지에 적는 습관으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힘)과 ‘걷자생존’(웬만한 거리는 무조건 걸으려고 노력하며 건강을 유지)을 강조한다. 이 두 가지를 통해 인생을 균형감 있게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한다. 건강한 모습의 외형을 잘 가꿔가는 것만큼 튼실한 내면을 고루 성장시켜가라는 삶의 지혜처럼 여겨져 자주 곱씹어보는 말이다.
혹독한 추위와 함께하던 겨울이 지나고, 만물의 움이 트기 시작하는 봄이 왔다. 요즘은 학창시절 삶의 좌우명이던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날로 새로워지다)’이 매일 아침 떠오르는 해처럼 신선하게 되새김된다. 건강을 유지하려는 노력과 더불어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갖고 매사에 배우려는 의욕이 충만하다면, 비록 몸은 겨울의 끝자락이더라도 마음은 인생의 봄날을 맞지 않을까.
윤호주 < 한양대 국제병원장 hjyoon@hany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