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으로 변화 끌어내는 게 셰익스피어 정신"
“브라질 감옥과 빈민촌에서 만난 사람들을 보면서 이들이 더 이상 세상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들과 함께 연극을 만들고, 무대에 세웠습니다. 극장과 무대를 통해 사람들은 변했습니다. 이것이 이 시대의 ‘셰익스피어 정신’이죠.”

사회정의를 실천하기 위한 예술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PPP(People’s Palace Projects)의 창립자인 폴 헤리티지 런던 퀸메리대 교수(연극공연예술 전공·사진)는 17일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20년간 브라질 감옥에서 죄수와 간수, 그들의 가족과 함께 연극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이날 주한영국문화원 주최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지식 강연 ‘셰익스피어, 시대를 도발하다’를 위해 방한한 그를 만났다.

헤리티지 교수는 예술과 사회의 ‘연결고리’를 강조했다. 그는 “감옥이든, 슬럼이든, 학교든 모두 바깥세상과 지속적으로 연결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사회에서 ‘배제’되는 사람을 할 수 있는 한 줄이는 것이 예술가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눈에 띄는 변화도 있었다.

“연극 공연을 하면서 만난 어떤 죄수는 자식이 9명이나 있는 남자였죠. 아이들이 아버지를 굉장히 자랑스러워하더라고요. 감옥에 갇혀 있는 사람이 아니라 한 사람의 배우로서, 아버지로서 말입니다.”

죄수와 간수의 관계도 변했다. 무대 뒤에서 똑같이 긴장하고 땀 흘리는 과정에서 이들은 모두 동등한 인간이 됐다. 죄수들의 눈에 띄는 변화에 브라질 법무부는 감옥에 극장을 짓기 시작했다. 그는 서거 400주년인 오늘날까지 셰익스피어의 연극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셰익스피어 시대에는 극장이 시내가 아니라 도시 밖에 있었습니다. 지배자의 압력을 피하기 위해서였죠. 그래서 더 자유로웠고, 더 도발적이었어요. 400년이 지난 지금도 시대적 배경에 따라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건 어느 시대에나 통용될 수 있는, 인간 본질에 대한 질문들이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으로 ‘햄릿’을 꼽은 그는 “우리의 인생을 통틀어 ‘햄릿’의 구절이 의미 없게 느껴지는 순간은 없다”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