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때늦은 겨울 바람이 매섭던 24일 밤 8시 30분. 서울 광화문 광장을 지나던 시민 100여명이 발길을 멈췄습니다. 3차원 입체 영상을 현실 공간에서 구현하는 '홀로그램(hologram)'이 광화문 한 복판에 떴기 때문입니다. 생경했지만 신기했던 홀로그램 집회, 그 사회적 의미는 무엇일까요?
[래빗GO] IT사회 신제품 '홀로그램 집회'…유령, 대중을 '홀리다'
광화문에 뜬 홀로그램은 우리가 흔히 '데모' 혹은 시위라고 부르는 집회였습니다. 먼저 영상으로 집회 현장부터 둘러보시죠~

홀로그램(hologram)집회 현장 영상으로 보기


세계 두번째이자 국내 최초의 홀로그램 시위. 영상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솔직히 기술적으로 미진한 부분도 눈에 띄긴했지만 첫 시도라는 측면, 그리고 기술과 시대상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의미는 컸습니다.

구호와 동작은 요란했지만, 정작 실제 집회인은 없었습니다. 실제 시민이 진행하는 시위가 아니라 미리 촬영된 스크린 속 사람들이 시위를 하는 일종의 '무인(無人)집회'입니다. '유령 시위'라고 불리는 이유기도 하죠. 세계 첫 홀로그램 집회 기록은 지난해 4월 스페인에서 열린 '공공시설 인근 시위금지법 항의' 시위가 가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영화 속에서나 봤던 미래 정보기술(IT)인 홀로그램이 사회적 행동의 도구로 등장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페이스북 등이 갤럭시S7, G5 등 스마트폰과 함께 가상현실(VR) 제품을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쏟아낸 시점에 홀로그램 시위를 열었다는 점도 대중의 이목을 끄는데 한 몫했습니다.

VR과 IT, 미래 기술에는 열광하지만 사회 문제에 무관심한 대중을 시위 현장으로 불러모으고, 구호를 듣게 만드는데 홀로그램은 효과적이었습니다. IT 기술과 사회시대상, 그리고 대중이 함께 빚어낸 신제품이 이번 '홀로그램 시위'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홀로그램(hologram)집회 원본 영상 보기


광화문 홀로그램 집회를 주최한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관계자는 "우리 사회는 아직 집회시위의 자유를 폭넓게 허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 "홀로그램 영상을 통해 집회시위의 자유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뜻을 전달하고자 했다"고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래빗GO] IT사회 신제품 '홀로그램 집회'…유령, 대중을 '홀리다'
홀로그램 영상은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서대문구 한 스튜디오에서 제작됐습니다. 초록색 크로마키(chroma key) 배경 앞에 피켓을 든 시민들이 시위를 재연했습니다. '크로마키(chroma key)'는 영상 편집 과정에서 배경색을 제거한 뒤 피사체만 남기는 기법입니다.

"유령 집회는 오늘이 마지막이어야 합니다. 진짜 사람들이 누리는 집회의 자유를 요구한다"는 구호와 함께 피켓을 행진하는 모습을 촬영했습니다.

행사 당일 광화문 집회 현장에는 가로 10m, 세로 3m 홀로그램 스크린이 섰습니다. 프로젝터로 미리 촬영한 시위 영상을 이 투명 스크린에 비추는 방식이었습니다.
[래빗GO] IT사회 신제품 '홀로그램 집회'…유령, 대중을 '홀리다'
경찰은 실제 시민이 모이지 않는 홀로그램 집회라도 구호를 크게 제창하거나 집단 의사를 표현할 경우 해산 명령을 내리겠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이 날 병력을 직접 투입 배치하지는 않고, 멀리서 상황을 지켜봤습니다. 국내 첫 홀로그램 시위는 100여명의 시민과 언론의 관심 속에 40여분 만에 조용히 끝났습니다.

스마트폰의 등장이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듯, IT 기술은 다시 시위 현장까지 바꿔놓고 있습니다. 쇠파이프나 최루탄 등이 난무하던 과거 시위와는 형식 자체가 다릅니다. 홀로그램, 가상현실(VR) 등의 기술력이 효과적인 평화 시위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앞으로 또 어떤 IT 기술이 우리의 익숙한 일상을 뒤바꿔 놓을까요? 뉴스래빗도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 '래빗GO'사건사고 · 시위 현장, 주목받는 장소, 전시 · 박람회, 신규 매장 등을 찾아 공간이 지닌 의미 및 특징을 보여드립니다. 뉴스래빗의 시각과 평가가 담긴 영상을 통해 독자가 현장감을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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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 김민성 기자 연구 = 신세원 한경닷컴 기자 tpdnjs022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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