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22일(현지시간) 유가 하락으로 지난해 중동과 북아프리카 산유국의 손해가 3천400만 달러(약 420조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날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이렇게 추산하면서 이는 이들 산유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0%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이어 "걸프 지역 산유국은 유가가 폭락했던 1980년대 정부 지출을 줄여 위기를 극복한 사례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번에도 산유국이 그럴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향후 유가에 대해 라가르드 총리는 "원유 시장의 수요와 공급과 관련한 요소를 고려해보면 현재 저유가가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산유국은 부가가치세를 시작으로 법인세, 부동산세와 같은 세금을 도입하고, 원유에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경제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 걸프 지역 6개 산유국은 이르면 2018년에 일부 품목에 부가가치세를 도입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22일 저유가 때문에 이들 6개 산유국의 은행의 유동성 위기가 점증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무디스는 "저유가로 걸프 산유국의 원유 매출이 줄어들면서 정부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은행 예치금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고 결국 은행에 대한 정부 지원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걸프지역 은행은 이미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려고 더 공격적으로 경쟁하고 (위험도가 큰) 민간 금융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며 "이는 자금 유치 비용이 커지고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우려했다.

재정난에 직면한 걸프 산유국 정부가 공공 지출을 줄이려고 하지만 이 역시 기업의 수익과 대출을 위축시켜 은행에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hsk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