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지역특화컨벤션인 글로벌섬유비전포럼 행사모습 / 대구컨벤션관광뷰로 제공.
대구의 지역특화컨벤션인 글로벌섬유비전포럼 행사모습 / 대구컨벤션관광뷰로 제공.
[이선우 기자] 대구는 2003년 전국 최초로 지역 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전담조직인 대구컨벤션관광뷰로(CVB)를 설립해 적극적인 도시 마케팅에 나섰다. 그 덕분에 서울 부산에 비해 부족한 인프라와 접근성의 한계를 효율적으로 극복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대구CVB 설립 이후 대구가 유치한 국제회의, 학술대회, 전시회 등은 280여건. 2012년 세계에너지총회, 2015년 세계물포럼 등 굵직한 글로벌 MICE 행사가 대구에서 열렸다.

대형 MICE 행사 개최지로 이미 쟁력을 인정받은 대구는 지역특화 산업과 연계한 토종 국제행사 발굴과 육성에도 적극적이다. 대구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많은 4개의 지역특화컨벤션 행사를 보유하게 된 것도 다른 지역보다 발 빠르게 토종행사 발굴에 나선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백창곤 대구CVB 사장은 “국제행사를 지역에 유치하기 전에 항상 지역 산업과의 연계성은 물론 행사를 연 이후 자체행사를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를 꼼꼼히 따져 본다”며 “지금까지 대구가 유치한 국제행사 가운데 80%가 지역 내 특화산업과 연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MICE산업 육성에 있어 외부에서 국제행사를 유치하는 등의 단기 성과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역 고유의 행사를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대구의 지역특화컨벤션 행사는 글로벌 섬유비전 포럼, 국제 정보디스플레이 학술대회, 국제 물융합 학술대회, 아시아 로봇수술 캠프 등 모두 4개. 분야도 섬유, 전자, 물, 의료 등으로 다양하다.

지난 8월 엑스코에서 열린 국제 정보디스플레이 학술대회는 대구CVB와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가 10년 이상 꾸준히 개최해 세계 3대 학술대회로 자리 잡았다. 150여명의 국내외 연사를 초청한 올해 행사에는 21개국에서 2000명의 디스플레이, 반도체 전문가가 참가했다. 국제학술대회의 수준을 가늠하는 발표논문 수도 초창기 200편에 불과하던 것이 올해는 600편으로 늘었다.

특히 삼성, LG디스플레이 등이 참가하는 디스플레이 소재·부품 및 분석기기 특별 전시회를 함께 열어 지역특화 MICE행사를 이용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이신두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 회장은 “정보디스플레이 학술대회가 국제학술대회로 자리를 잡으면서 대구도 디스플레이산업을 대표하는 도시의 이미지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28일 열리는 국제 물융합 학술대회는 지난 4월 대구에서 열렸던 세계물포럼에 이어 대구CVB와 경북대가 여는 행사다. 추광호 경북대 교수는 “이번 학술대회는 2019년까지 5년간 총 3500억원을 투입해 대구에 조성되는 물산업 클러스터와 연계해 기획된 행사”라며 “800조~1000조원 규모인 세계 물시장 선점을 위해 세계 관련 기업과 기관, 학회를 한자리에 모을 수 있는 국제 MICE행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백 사장은 “글로벌 섬유비전 포럼, 아시아 로봇수술 캠프도 지역의 전통산업과 새로운 산업을 대표하는 대구의 토종 MICE 행사로서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다”며 “앞으로 안경, 패션, 에너지, 바이오 등 지역의 더 많은 전략산업과 연계한 MICE행사를 발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선우 기자 seonwoo_lee@hankyung.com